1. 작품 소개

“고, 공들이고 있는 여자요? 그 여자가 저라는 말씀인가요?”

“그렇다니까. 내가 병아리 좋아한다고 만날 때마다 표현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난.”

좋아서 좋다고 한 것뿐인데 도대체 왜 내 말을 안 믿는 거지? 귀여운 내 병아리 씨, 그만 삐약거리고 내 진심 좀 받아줘.

이사님씩이나 되는 사람이 장난도 정도가 있지. 왜 나만 보면 들이대? 이사님, 생계형 직원한테 장난치고 그러는 거 아닙니다.

“왜? 왜 도망가려고 해? 내가 부담스럽나?”

“네. 이사님이 저한테 주시는 관심이 부담스럽고, 불편해요.”

“후우. 좋아하는 여자한테 관심을 주는 건 당연한 거야.

“단순한 호기심일 거예요. 이사님처럼 잘나신 분이, 왜 일개 신입사원한테 관심을 주는지 제 상식으론 이해하기 어려워요. 장난이 과하세요.”

“장난 아니라고, 내가 몇 번이고 말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전 왜 장난으로 들릴까요?”

2. 작가 소개

태은

http://blog.naver.com/mio9099

한국로맨스소설작가협회 소속.

▣ 출간작

보기 드문 남자

불완전한 결혼

촉촉한 연애

탐닉의 온도

고소한 남자

단아한 유혹

매일 밤, 아슬해

▣ 출간예정작

탐닉의 베테랑

3. 차례

#1장. 신입사원 진소원입니다!

#2장. 다가가는 남자, 멀어지는 여자

#3장. 썸(Some)

#4장. 공들이고 있는 여자

#5장. 거침없는 직진남

#6장. 조금씩, 더 가까이

#7장. 열렬하게 그대를

#8장. 고소한 남자, 달콤한 여자

4. 미리 보기

“요즘 나 피해 다니는 느낌을 받는 건 내 기분 탓인가?”

“…….”

규민의 진중한 얼굴과 목소리. 입을 앙다문 소원은 어수선하게 동공만 굴려대며 규민의 눈을 쳐다보지 못했다. 그러자 규민이 조금은 무서운 표정을 그리며 나지막한 음성으로 다시금 물었다.

“대답해.”

“맞아요. 피해 다닌 거 맞아요. 앞으로도 쭉 그럴 거예요.”

짧은 숨을 내쉰 소원이 이내 규민의 눈을 쳐다보며 솔직하게 말했다. 혹시나 했지만, 아니길 바랐던 규민은 당황스러운 표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생각보다 직설적인 대답에 두 사람 사이에서는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규민이 소원의 손을 고쳐 잡으며 닫혀 있던 입을 떼어냈다.

“왜? 왜 도망가려고 해? 내가 부담스럽나?”

“네. 이사님이 저한테 주시는 관심이 부담스럽고, 불편해요.”

“후우. 좋아하는 여자한테 관심을 주는 건 당연한 거야. 내 관심이 진소원 씨한테는 지나쳤다고 느꼈다면 앞으로 조절할게. 그러니까.”

“그만하세요. 듣고 싶지 않아요.”

쿵쾅쿵쾅 미친 듯이 뛰어대는 심장을 소원은 본인조차 감당하기 힘들었다. 규민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노라니, 발작을 일으키듯 빨라지는 심장 박동에 두 다리까지 후들거렸다. 이 낯선 감정을 소원은 모른 체해야 했다. 두 귀를 닫고 두 눈을 감아야 했다.

“단순한 호기심일 거예요. 이사님처럼 잘나신 분이, 왜 일개 신입사원한테 관심을 주시는지 제 상식으론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워요.”

“진소원.”

“장난이 과하세요.”

“장난 아니라고, 내가 분명 몇 번이고 말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전 왜 장난으로 들릴까요?”

단순한 호기심일 뿐이라며 자신의 진심을 왜곡해버리는 소원에게 규민은 언짢은 심기를 드러내며 순식간에 얼굴이 일그러졌다. 매서운 눈빛에 바짝 움츠러든 소원은 고개를 바닥으로 툭 떨구며, 기어드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이사님.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를 얼마나 봤다고 관심이 생겨요? 그리고 저는요, 생계형 사원이라 월급 받으면서 먹고살기도 빠듯해서, 다른 데에 신경 쓸 겨를이 없어요. 이사님 관심을 받을 만큼 잘난 여자도…….”

“이봐, 진소원 씨. 꼭 오랜 시간을 보고 지내야 관심이 생기는 건가? 성인남녀가 마음에 드는 이성한테 시선이 가고 마음이 가는 건 자연스러운 거야. 호감을 얻기 위해서 다가가는 건 지극히 정상이라고.”

“…….”

“그리고, 누가 일하지 못하게 했나? 나랑 연애하면 일 못해? 월급 못 받고, 회사에서 쫓겨나나?”

조금은 격양된 규민의 목소리도, 표정도 차갑게 식어갔다. 귀여운 병아리가 지금은 괜스레 미워지기까지 했다. 또 한 번의 침묵이 흘렀고 그의 얼굴은 좀처럼 펴지질 않았다.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든 소원은 이내 짙은 한숨을 내쉬었고, 어깨도 축 늘어졌다.

반박할 수 없었다. 논리 정연하면서도 귀에 콕콕 박히도록 당당한 그의 언변에 소원은 목 끝까지 차오른 말은 많았지만, 차마 내뱉지 못하고 애꿎은 입술만 잘근거렸다.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소원은 자신이 내뱉은 말에 후회는 없었다. 말 그대로 그녀는 생계형 사원이었고 지금은 그녀에겐 연애와 사랑은 사치라고 생각했다. 지금 그녀에게 1순위는 오직 단 하나뿐인 핏줄 소민이었다.

“하아. 이렇게 막무가내로 말하려던 건 아니었는데. 일단 사무실로 내려가봐.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

“이사님.”

“한 번만 더 피해 다니기만 해봐. 사무실로 쳐들어가서 끌고 나오는 수가 있어.”

단호한 규민의 음성에서 절대로 물러서지 않겠다는 다부진 포부가 느껴졌다. 멀뚱히 서서 꿈쩍도 하지 않는 소원이 규민은 답답한지 머리칼을 작게 헝클며 먼저 앞장서서 걸었다.

‘더 이상 가까이 오지 마세요. 높은 곳에 있는 이사님을 전 올려다보지 않을 거예요. 결국엔 아플 거란 걸 전 이미 경험해봤기 때문에 두 번은 아프고 싶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