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은 나를 보았다. 약간의 망설임이 그녀의 눈빛에 보였다. 그리고 그 망설임에는 물기가 어렸다.
“좋아요. 이번 한 번뿐이에요.”
나는 기쁜 표정으로 서영에게 다가갔다. 내 손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등으로 돌려졌고 입술과 입술이 맞닿았다. 익숙한 감촉이었다. 그러나 색다른 느낌이었다. 서영과의 키스는 항상 섹스를 위한 워밍업이었다. 그건 어떤 느낌이라기보다는 자극을 유발하기 위한 촉진제였다.
지금 우리가 나누고 있는 키스는 키스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었다. 말할 수 없이 따스한 기분이 내 가슴으로 흘렀으며 한 번, 두 번을 해도 만족되지가 않아 무려 다섯 차례의 키스가 이어졌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행복한 기분이었다. 나는 서영이 더 이상의 스킨십은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기에 아쉽지만 그녀에게 둘렀던 팔을 풀었다.
“잘 자, 키아라.”
서영의 정수리에 내 입술이 가볍게 닿았다.
“잘 자요, 루체.”
그녀의 목소리는 젖어 있었다. 서영 또한 나에 대한 욕망이 일었음을 감지했다. 지금은 그 정도로 만족하기로 했다. 그녀가 나에 대해서 그런 감정이 일었다는 것만으로 만족하기로. 밤은 깊었고 우리들은 쉽게 잠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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