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계기로 야구선수의 열렬한 팬이된 성아는 김민선수를 어미닭처럼 알뜰살뜰 챙기는 것이 사는 낙이었다. 그런데 성아가 김민선수에게 보냈던 팬레터가 그의 룸매이트인 스포츠스타 도주혁선수가 읽게 되면서 일이 이상하게 꼬이기 시작하는데……



“김민선수, 첫 등판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안타깝게도 승리투수는 될 수 없었지만, 그래도 1군 무대에서 첫 등판치고는 대단했어요. 야수들의 실책은 너무 맘에 담아두지 말아요. 진정한 승리자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선수에요. 난, 김민선수가 그렇게 될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거기까지 즐겁게 읽고 있던, 주혁은 피에스를 보는 순간 인상이 험악해졌다.

“피에스. 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도주혁포수는 김민선수와 잘 안 맞는 것 같더군요. 2회 야수들 실책으로 김민선수가 흔들리고 있을 때, 분명 포수가 마운드에 올라와서 한 템포 쉬어줄 타임이었죠. 근데, 그냥 넘어가더군요. 사람이 섬세하지 못해요. 김민선수는 여려서 그런 둔한 포수랑은 안 맞을 것 같아요. 우리 김민선수는 손야비포수랑 잘 맞는 것 같은데, 괴물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는 아마 힘들겠죠. 전에 도주혁선수가 감기 걸려서 안 나왔을 때 저 얼마나 기분 좋았는데요. 야구 볼 맛이 났다니깐요. 난, 이상하게 도주혁선수를 보면 주는 것 없이 미운 거 있죠. 어쨌든 내 사랑 김민선수 홧팅!”

다 읽고 난 주혁의 입매가 단단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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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를 읽으니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그녀는 사실 그를 의식해서 예쁜 목소리로 떨지 않고 읽으려고 제대로 감정이입할 수 없었다. 그래서 얼른 다시 읽어보고 나니, 감정이입이 제대로 되면서 가슴에 뭔가가 느껴졌다.

“이미 사랑에 빠진 사람이 사랑을 받고 싶어 하는 고백시 같은데요.”

그녀가 김민의 사랑을 바라는 것처럼.

“그렇죠. 정말 슬픈 시에요. 그런데 새가 집을 짓지 않는 것보다 더 슬픈 건 뭔지 아세요?”

“글쎄요. 뭐죠?”

“다른 나무에 앉아 있는 새를 기다리는 나무입니다.”

이건 또 무슨 말인가. 혹시 다른 사랑에 빠진 여자를 이 남자가 사랑하고 있나? 어머, 그런 거야? 안됐다. 왠지 고독해 보이더라니. 정말. 그런 거였구나.

“도주혁선수.”

“네.”

“너무 안됐어요. 어쩌면 나도 이 나무 같은 심정인데, 그래도 김민선수는 다른 나무에 앉아 있지는 않으니, 그나마 나은데, 도주혁선수는 다른 나무에 앉아 있는 새를 봐야하다니, 가슴이 찢어지겠어요.”

그녀는 정말 그가 안쓰럽다는 듯 바라봤다.

“그렇죠.”

“그 새가 멍청해서 그래요. 다른 똑똑한 새를 알아보세요. 분명히 도주혁선수한테 집을 지어주는 새가 있을 거예요.”

그녀는 그가 우울해하지 않게 힘을 주고 싶었다.

“아니요.”

“네?”

“그 새가 멍청해서 그런 건 절대 아니에요.”

“그럼요?”

“그냥 이유가 있겠죠. 다른 나무에 있을 이유가. 그 이유를 알고 싶을 따름이에요.”

어머, 이해심까지.

“정말 인격이 된 분이시네요. 운동만 잘 하시는 게 아니라, 인간성도 갖췄군요. 볼수록 대단하다는 생각만 드네요.”

“그렇게 성아 씨가 인정까지 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뭘요.”

그런데 그 새는 왜 다른 나무에 있을까?

성아는 갑자기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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