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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꽃다지 사랑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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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미 지음우신출판사2013.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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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 978-89-298-079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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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미
주요작품으로는 ‘주작의 제국’, ‘가시나무’, ‘호접무’, ‘용신의 신부’등이 있으며 현재 수면 위로 나오려고 기지개를 켜는 중. 하지만 늦둥이 딸보는 재미로 결과는 장담할 수 없음.
차기작으로 용신의 신부 시리즈 중 흑룡의 이야기를 편집자의 눈치를 봐가며 열심히 손보는 중.
“이상하지. 꼬맹이 난 너만 대하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다. 그래서 네겐 자꾸 장난만 치게 되는구나. 용서해 주겠니?”
이런 말을 들었는데 왜 자꾸 눈물이 나고 더 속상한 걸까? 마음이 편해지는 것보다는 마음이 두근거리고 설레는 건 안 되나? 자신의 부드러운 말이 마음을 더 갈기갈기 찢어놓는다는 것을 재사는 모를 것이다.
“나를 보고 싶었나, 꼬맹이?”
재사의 말투엔 웃음기가 묻어났지만 동시에 진지하기도 했다.
“……아뇨, 안 보고 싶었어요.”
“저런, 솔직해져야지. 꼬맹이의 장점은 솔직하다는 거잖아. 안 그래?”
“누가 보고 싶댔나?”
여라는 말과는 다르게 어느새 자신의 입이 자꾸 웃음으로 벌어지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요 입가의 웃음이나 지우고 그런 말하면 믿어주지.”
재사가 손가락으로 입술을 톡 건드리자 그 부분이 불에 화르르 탄 듯 뜨거워 여라는 숨이 멈출 것 같았다.
재사는 여라의 안내를 받아 깨끗하게 단장된 방으로 들어갔다.
“이불이랑 베개랑 다 새 거니까 편히 주무세요.”
“쯧, 헌 게 더 편한데.”
“그럼 헌 걸로 바꿔 드릴게요.”
“기왕이면 네가 쓰던 게 좋을 것 같은데.”
눈 꼬리에 웃음을 달고서 태연하게 말하는 모양새가 얄미웠다. 여라는 그만 톡 쏘았다.
“남들이 들으면 우리 사이가 뭐 특별한 줄 알겠어요. 그런 수작일랑 예쁜 궁녀들에게나 하시지요.”
“내 눈엔 네가 제일 고운데? 그리고 우리 사이가 특별하지 않으면 대체 뭐지?”
여라는 공연히 가슴이 마구 뛰어 재사를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다.
“그만 좀 하세요. 내가 언제까지 그 밤의 어린 꼬맹인 줄 아신다면 그건 착각…….”
“아, 그런가? 꼬맹이가 아니란 말이지?”
어느 틈에 바싹 곁으로 다가선 재사가 빙글거렸다.
“뭐, 뭐하는 거예요?”
“확실히 꼬맹이는 아니야. 그렇군. 대단히 아름다워졌는걸?”
새삼 대단한 발견을 한 양 재사가 장난스럽게 찬탄을 늘어놓자 여라는 더 화가 났다.
“당신만 변한 게 아니라고요. 나도 변했어요. 나도 이젠 어리지 않다고요.”
여라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말하자 재사의 표정에서 장난기가 사라졌다.
“그래, 십 년이 넘었지. 미안하다, 꼬맹이. 아마 난 네가 그 기억 속에서처럼 변하지 않고 여전히 귀여운 꼬맹이로 남아 있길 바란 건지도 모르겠군.”
“그래도 꼬맹이래, 씨이.”
분해서 눈물이 나려고 했다. 재사의 마음속에 자신은 영원히 철없고 조그만 못난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덤으로 확인한 셈이라 마음이 더욱 쓰라렸다.
“아, 꼬맹이 아니라고 했잖아. 어어, 울지 마.”
“안 울어요. 이이…… 내가 왜 울어. 죽어도 당신 앞에선 안 운다고요.”
여라는 그만 자신도 모르게 재사의 가슴을 두 주먹으로 마구 때렸다. 있는 힘껏 때렸는데도 재사는 그다지 아파하지 않는 것 같아 더 약이 올랐다.
얼마를 그러고 있었을까? 문득 재사가 숨넘어가는 비명을 질렀다.
“이제 그만 좀 하지? 으욱, 숨이 막힌다.”
“어, 미, 미안해요. 정말 많이 아픈가요?”
재사의 비명에 여라는 놀라 손을 멈추었다.
“꼬맹이가 아니란 것을 증명하고도 남는구나. 네 주먹을 맞으면 어지간한 장정도 넘어가겠다. 하하하.”
“또, 또 날 놀리기예요?”
여라는 또다시 속아 넘어갔다는 생각에 허탈했다. 그 자리에 주저앉아 얼굴을 무릎 사이에 대고 파묻었다. 창피하고 속상해서 얼굴을 들 수 없었다. 그 위에 재사가 가만가만 부드럽게 속삭이는 말이 들려왔다.
“미안, 그런데 이상하지. 난 너만 대하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다. 그래서 네겐 자꾸 장난만 치게 되는구나. 용서해 주겠니?”
“하지만 말이야, 꼬맹이. 네가 모르는 게 한 가지 더 있다.”
“그게 뭐예요?”
“그건……만약 네가 죽게 된다면 나 역시 죽을 생각이었다.”
“뭐라고요?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을…….”
여라는 놀라 벌떡 일어났다가 하마터면 재사의 턱과 머리를 부딪칠 뻔했다.
“아이고, 살살 해라. 그럼 어쩌겠니? 꼬맹이 네가 없으면 세상을 살 의미가 없는데.”
“그래도 죽을 것까진 없는데…….”
재사의 말이 한 점 거짓도 없는 진실임을 느낀 여라는 무한히 행복한 마음에 하늘을 나는 것 같았다.
“어어, 말이 이상하네. 그럼 넌 내 입장이었으면 그렇게 안 했을까?”
“내가 왜 죽어요? 끝까지 악착같이 당신 몫까지 살고 말지.”
“평생을 같이 하자 그랬잖아. 삶도 죽음도 함께라고. 그러면서 왜 온갖 고통은 자기 혼자 다 짊어지고 가려고 하는 거야. 왜 모든 게 자기 잘못인 거냐고. 내가 왜 곁에 있는데. 왜 내게 안겨 울려 하지 않는 거야. 기쁨만 함께 하기 위해 당신 곁에 있고 싶은 게 아니야. 내 마음을 왜 몰라, 왜 이렇게도 무심한 거야.”
“내가 바보라서 그렇다.”
돌연 들려오는 낯익은 목소리에 여라는 울음을 멈추었다.
“바보인 건 알긴 아나 봐요.”
“그래, 어쩔 수 없는 바보라는 건 이번에 비로소 알았다.”
여전히 우울한 안색이었지만 재사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흥, 바보니까 그렇지. 바보라서 머리가 나쁜 거잖아.”
“그래, 꼬맹이. 내가 네 속을 그리 긁었으니 하고 싶은 대로 맘껏 하려무나.”
“말로 때우려고요? 흥이네요.”
“그럼 뭘로 네 용서를 받아야 하지? 난 꼬맹이의 용서를 받지 못하면 살 수 없을 것 같은데 말이야.”
“여전히 말만 앞세우지. 지금까지는 봐줬지만 이제부터는 안 돼요, 알았어요?”
여라는 아직 믿을 수 없다는 듯 의심의 눈초리로 흘겨보았다.
“좀 앉아도 되나?”
그러면서 이미 털썩 앉아버린 재사에게 여라는 흥하며 코웃음을 날렸지만 막지는 않았다.
“네 말대로 난 바보라서 뭐든 너무 늦게 깨닫곤 하는구나. 꼬맹이 네 마음이 넓어서 그렇지, 안 그랬다면 벌써 내 곁을 떠나버렸을 거야.”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예요?”
“네게 고맙다고. 네게 너무나 고마워. 말로 다 할 수 없이 말이다.”
잠시 목이 멘 듯 재사가 말을 끊자 여라는 서서히 마음이 풀려갔다.
“그래서요? 고맙다는 말을 하면 내가 다 헤헤거리고 용서해 줄 것 같아요?”
“아니, 그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지. 네겐 용서를 구할 일이 너무 많아서 평생을 네 곁에 머무르며 그 벌을 받아야겠다고 말하는 거야.”
“것봐,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는 거라니까.”
그러나 이미 여라의 입가엔 미소가 함빡 번져나갔다.
“호동의 일…… 참 잊기 어렵더구나. 이젠 내 잘못만은 아니었다고, 그때 일은 호동에게도 잘못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 힘들었어. 어찌되었든 살았어야 했다. 살아서 죄를 받든 아니면 원비를 죽이든 말이지.”
“그게 안 되는 사람들도 있어요. 차라리 내 탓이 더 쉬운 사람들이요. 뭐 멀리서 찾을 것도 없네요.”
“아얏! 그러면서 왜 내 허리는 꼬집는 거냐?”
“흥, 모르면 진짜 바보라니까.”
그 말에 재사는 빙그레 웃으며 여라를 확 껴안았다.
“아, 저리 가요. 징그러워 죽겠어. 어디서 막 껴안고 난리예요?”
“좋으니까 그렇지, 꼬맹이. 말해 봐라. 정말로 내가 널 떠났으면 좋겠어?”
“흥, 떠나든지 말든지 내가 알게 뭐람.”
“호오, 내가 다른 여인과 혼인해서 살아도 괜찮다는 거야?”
“뭐, 뭐라고요? 기가 막혀라. 그러기만 해봐요. 나 죽고 당신도 죽을 줄 알아요.”
주요작품으로는 ‘주작의 제국’, ‘가시나무’, ‘호접무’, ‘용신의 신부’등이 있으며 현재 수면 위로 나오려고 기지개를 켜는 중. 하지만 늦둥이 딸보는 재미로 결과는 장담할 수 없음.
차기작으로 용신의 신부 시리즈 중 흑룡의 이야기를 편집자의 눈치를 봐가며 열심히 손보는 중.
“이상하지. 꼬맹이 난 너만 대하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다. 그래서 네겐 자꾸 장난만 치게 되는구나. 용서해 주겠니?”
이런 말을 들었는데 왜 자꾸 눈물이 나고 더 속상한 걸까? 마음이 편해지는 것보다는 마음이 두근거리고 설레는 건 안 되나? 자신의 부드러운 말이 마음을 더 갈기갈기 찢어놓는다는 것을 재사는 모를 것이다.
“나를 보고 싶었나, 꼬맹이?”
재사의 말투엔 웃음기가 묻어났지만 동시에 진지하기도 했다.
“……아뇨, 안 보고 싶었어요.”
“저런, 솔직해져야지. 꼬맹이의 장점은 솔직하다는 거잖아. 안 그래?”
“누가 보고 싶댔나?”
여라는 말과는 다르게 어느새 자신의 입이 자꾸 웃음으로 벌어지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요 입가의 웃음이나 지우고 그런 말하면 믿어주지.”
재사가 손가락으로 입술을 톡 건드리자 그 부분이 불에 화르르 탄 듯 뜨거워 여라는 숨이 멈출 것 같았다.
재사는 여라의 안내를 받아 깨끗하게 단장된 방으로 들어갔다.
“이불이랑 베개랑 다 새 거니까 편히 주무세요.”
“쯧, 헌 게 더 편한데.”
“그럼 헌 걸로 바꿔 드릴게요.”
“기왕이면 네가 쓰던 게 좋을 것 같은데.”
눈 꼬리에 웃음을 달고서 태연하게 말하는 모양새가 얄미웠다. 여라는 그만 톡 쏘았다.
“남들이 들으면 우리 사이가 뭐 특별한 줄 알겠어요. 그런 수작일랑 예쁜 궁녀들에게나 하시지요.”
“내 눈엔 네가 제일 고운데? 그리고 우리 사이가 특별하지 않으면 대체 뭐지?”
여라는 공연히 가슴이 마구 뛰어 재사를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다.
“그만 좀 하세요. 내가 언제까지 그 밤의 어린 꼬맹인 줄 아신다면 그건 착각…….”
“아, 그런가? 꼬맹이가 아니란 말이지?”
어느 틈에 바싹 곁으로 다가선 재사가 빙글거렸다.
“뭐, 뭐하는 거예요?”
“확실히 꼬맹이는 아니야. 그렇군. 대단히 아름다워졌는걸?”
새삼 대단한 발견을 한 양 재사가 장난스럽게 찬탄을 늘어놓자 여라는 더 화가 났다.
“당신만 변한 게 아니라고요. 나도 변했어요. 나도 이젠 어리지 않다고요.”
여라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말하자 재사의 표정에서 장난기가 사라졌다.
“그래, 십 년이 넘었지. 미안하다, 꼬맹이. 아마 난 네가 그 기억 속에서처럼 변하지 않고 여전히 귀여운 꼬맹이로 남아 있길 바란 건지도 모르겠군.”
“그래도 꼬맹이래, 씨이.”
분해서 눈물이 나려고 했다. 재사의 마음속에 자신은 영원히 철없고 조그만 못난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덤으로 확인한 셈이라 마음이 더욱 쓰라렸다.
“아, 꼬맹이 아니라고 했잖아. 어어, 울지 마.”
“안 울어요. 이이…… 내가 왜 울어. 죽어도 당신 앞에선 안 운다고요.”
여라는 그만 자신도 모르게 재사의 가슴을 두 주먹으로 마구 때렸다. 있는 힘껏 때렸는데도 재사는 그다지 아파하지 않는 것 같아 더 약이 올랐다.
얼마를 그러고 있었을까? 문득 재사가 숨넘어가는 비명을 질렀다.
“이제 그만 좀 하지? 으욱, 숨이 막힌다.”
“어, 미, 미안해요. 정말 많이 아픈가요?”
재사의 비명에 여라는 놀라 손을 멈추었다.
“꼬맹이가 아니란 것을 증명하고도 남는구나. 네 주먹을 맞으면 어지간한 장정도 넘어가겠다. 하하하.”
“또, 또 날 놀리기예요?”
여라는 또다시 속아 넘어갔다는 생각에 허탈했다. 그 자리에 주저앉아 얼굴을 무릎 사이에 대고 파묻었다. 창피하고 속상해서 얼굴을 들 수 없었다. 그 위에 재사가 가만가만 부드럽게 속삭이는 말이 들려왔다.
“미안, 그런데 이상하지. 난 너만 대하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다. 그래서 네겐 자꾸 장난만 치게 되는구나. 용서해 주겠니?”
“하지만 말이야, 꼬맹이. 네가 모르는 게 한 가지 더 있다.”
“그게 뭐예요?”
“그건……만약 네가 죽게 된다면 나 역시 죽을 생각이었다.”
“뭐라고요?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을…….”
여라는 놀라 벌떡 일어났다가 하마터면 재사의 턱과 머리를 부딪칠 뻔했다.
“아이고, 살살 해라. 그럼 어쩌겠니? 꼬맹이 네가 없으면 세상을 살 의미가 없는데.”
“그래도 죽을 것까진 없는데…….”
재사의 말이 한 점 거짓도 없는 진실임을 느낀 여라는 무한히 행복한 마음에 하늘을 나는 것 같았다.
“어어, 말이 이상하네. 그럼 넌 내 입장이었으면 그렇게 안 했을까?”
“내가 왜 죽어요? 끝까지 악착같이 당신 몫까지 살고 말지.”
“평생을 같이 하자 그랬잖아. 삶도 죽음도 함께라고. 그러면서 왜 온갖 고통은 자기 혼자 다 짊어지고 가려고 하는 거야. 왜 모든 게 자기 잘못인 거냐고. 내가 왜 곁에 있는데. 왜 내게 안겨 울려 하지 않는 거야. 기쁨만 함께 하기 위해 당신 곁에 있고 싶은 게 아니야. 내 마음을 왜 몰라, 왜 이렇게도 무심한 거야.”
“내가 바보라서 그렇다.”
돌연 들려오는 낯익은 목소리에 여라는 울음을 멈추었다.
“바보인 건 알긴 아나 봐요.”
“그래, 어쩔 수 없는 바보라는 건 이번에 비로소 알았다.”
여전히 우울한 안색이었지만 재사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흥, 바보니까 그렇지. 바보라서 머리가 나쁜 거잖아.”
“그래, 꼬맹이. 내가 네 속을 그리 긁었으니 하고 싶은 대로 맘껏 하려무나.”
“말로 때우려고요? 흥이네요.”
“그럼 뭘로 네 용서를 받아야 하지? 난 꼬맹이의 용서를 받지 못하면 살 수 없을 것 같은데 말이야.”
“여전히 말만 앞세우지. 지금까지는 봐줬지만 이제부터는 안 돼요, 알았어요?”
여라는 아직 믿을 수 없다는 듯 의심의 눈초리로 흘겨보았다.
“좀 앉아도 되나?”
그러면서 이미 털썩 앉아버린 재사에게 여라는 흥하며 코웃음을 날렸지만 막지는 않았다.
“네 말대로 난 바보라서 뭐든 너무 늦게 깨닫곤 하는구나. 꼬맹이 네 마음이 넓어서 그렇지, 안 그랬다면 벌써 내 곁을 떠나버렸을 거야.”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예요?”
“네게 고맙다고. 네게 너무나 고마워. 말로 다 할 수 없이 말이다.”
잠시 목이 멘 듯 재사가 말을 끊자 여라는 서서히 마음이 풀려갔다.
“그래서요? 고맙다는 말을 하면 내가 다 헤헤거리고 용서해 줄 것 같아요?”
“아니, 그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지. 네겐 용서를 구할 일이 너무 많아서 평생을 네 곁에 머무르며 그 벌을 받아야겠다고 말하는 거야.”
“것봐,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는 거라니까.”
그러나 이미 여라의 입가엔 미소가 함빡 번져나갔다.
“호동의 일…… 참 잊기 어렵더구나. 이젠 내 잘못만은 아니었다고, 그때 일은 호동에게도 잘못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 힘들었어. 어찌되었든 살았어야 했다. 살아서 죄를 받든 아니면 원비를 죽이든 말이지.”
“그게 안 되는 사람들도 있어요. 차라리 내 탓이 더 쉬운 사람들이요. 뭐 멀리서 찾을 것도 없네요.”
“아얏! 그러면서 왜 내 허리는 꼬집는 거냐?”
“흥, 모르면 진짜 바보라니까.”
그 말에 재사는 빙그레 웃으며 여라를 확 껴안았다.
“아, 저리 가요. 징그러워 죽겠어. 어디서 막 껴안고 난리예요?”
“좋으니까 그렇지, 꼬맹이. 말해 봐라. 정말로 내가 널 떠났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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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오, 내가 다른 여인과 혼인해서 살아도 괜찮다는 거야?”
“뭐, 뭐라고요? 기가 막혀라. 그러기만 해봐요. 나 죽고 당신도 죽을 줄 알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