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동안 허기만 채우려고 했던 내 인생이 갑자기 불쌍해지려고 하네.”
“그렇지? 이 녀석, 보면 볼수록 너무 괜찮거든. 여자였으면 확 아내로 삼고 싶다니까.”
시언이 선우의 목에 헤드록을 걸어 끌어당겼다.
“오, 나, 난 아니야.”
의외로 선우가 시언을 밀어냈다.
“왜? 외모 출중, 연봉 빵빵, 이 정도면 퍼펙트한 신랑감이라고.”
“나, 난 워, 워커홀릭은 사양이야.”
“에이, 네가 여자면 내가 일만 하겠냐?”
시언이 귀엽다는 듯 선우의 양 볼을 손가락으로 집어 늘리며 깔깔거렸다. 선우를 향한 애정 어린 시선에 은빈은 다시 놀랐다. 선우와 함께 일하는 동안 ‘괴물이자 보물’ 같다고 한 시언의 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가 가진 기발한 아이디어와 누구나 납득할 수 있게 그것을 표현해내는 능력은 정말 탁월했던 것이다. 그러함에도 현실은 장애를 문제 삼지 않고 오로지 실력만으로 평가하지 않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시언이 선우를 부팀장으로 삼았다는 사실은 그가 꽤 괜찮은 상사라는 인식을 심어 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지금 그가 보여 주는 지극히 개인적인 친밀감을 통해 시언이 선우의 장애를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은빈이 넌 요리할 줄 알아?”
시언이 장난을 거두고 은빈에게 시선을 주며 물었다.
“그걸 요리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네.”
은빈이 애매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뭐 계란 프라이, 라면 같은 종류냐?”
“빙고! 배울 시간도 없었고, 만들어 먹을 시간도 없었고요. 그러고 보니 나야말로 선우 씨 같은 남자가 필요하겠는데요?”
“오, 저, 절대 사, 사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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