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말해줬으면 좋겠어요. 어젯밤, 아니 이젠 사흘 전 밤이네요.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런 기억이 없어서요. 왜 나는 속옷만 입고 당신은 다…… 벗고 있었는지.

고등학교 시절 소은의 첫사랑이었던 준성. 소은은 못난이는 싫다며 뼈아픈 상처를 줬던 그를 여전히 짝사랑하고 있었다. 그렇게 10년이 지나갔다.
그리고 어느 날, 기다리고 기다리던 준성을 만나게 된 웹디자이너 소은. 하지만 10년간 자신의 마음을 차지했던 준성보다 준성의 친구인 동현이 마음에 들어오자 혼란스럽기만 하다.
아프리카 대륙횡단의 꿈을 이루기 위해 소은과 동현이 연결되길 바라는 소희, 그리고 친구 동현의 누나인 소희를 여자로 바라보는 남자, 준성. 사랑에는 서툴지만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네 남녀의 알콩달콩한 사랑 이야기, ‘못난이 전성시대’!


“당신을 원해.”
“당신을 갖고 싶어.”
간절할 정도로 갈망하는 그의 마음을 아는 순간 서은의 가슴도 뛰기 시작했다.
문에 기대어 선 서은은 앞에 서 있는 동현을 올려보는 그녀의 눈동자 속에는 야릇하면서도 호기심과 장난기로 어지럽게 뒤엉켜 있었다. 그녀는 심장이 뛰고 있는 가슴에 손을 가져갔다. 그의 몸이 절로 부르르 떨렸다. 보드라운 그녀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그는 움찔거렸다. 간지러우면서도 짜릿하며 황홀지경으로 천천히 빠져 들어갔다. 그는 절로 터져 나오는 신음을 참기 위해 이를 악물어야 했다.
“당신을 갖고 싶어.”



작가 소개

까매

푸른달을 걷다(www.bluemoon21.net)에서 까매라는 닉네임으로 활동 중.

▣ 출간작

날건달과 투덜이
리벤지
못난이 전성시대
러브알람
덩굴손
요화(妖花) 外.



차례

프롤로그
1.
2.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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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7.
8.
9.
10.
11.
12.



미리 보기

“천천히 마셔요. 그러다가 취하겠어요.”
가만히 지켜보던 동현은 연이어 들이키는 칵테일 잔을 붙잡았다. 회사에서 나와 서은의 집으로 향하던 길에 술 한 잔 마시자는 그녀의 제안을 동현은 흔쾌히 받아들었다. 곧장 제일호텔로 운전대를 돌렸다. 제일호텔에 오는 것을 싫어하는 그녀였으나 왠지 아무 말 없이 그를 따라오는 그녀가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그녀는 아무 말이 없었다. 직원이 가져다 준 칵테일을 연이어 들이키는 그녀의 얼굴을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일이 힘든 것이 아닌지 그녀가 걱정스러웠다.
“이 칵테일 생각보다 맛있네요.”
“그렇다고 많이 마시지 말아요. 또 성희롱 당하고 싶지 않으니까.”
그의 말에 피식 웃는 그녀였지만 그녀의 얼굴을 덮고 있는 그늘은 지워지지 않았다.
“내가 생각해도 진짜 웃겼어요. 왜 갑자기 호기심이 생기던지. 볼까, 말까하고 한참을 고민했어요. 안자고 있는 줄 알았다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거예요.”
“그래서 감상 소감을 말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자세히 보지도 못했는데요, 뭘. 이 차장님이 생각해도 나 엉뚱하죠?”
“회사 밖에서는 이름을 부르는 것 어때요? 밖에 나와서까지 꼭 그렇게 이 차장님이라고 불러야겠어요? 솔직히 아직도 회사에서도 사람들이 나보고 이 차장님이라고 부르면 적응이 잘 안 돼요. 내가 꼭 버스기사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 버스기사, 이 차장님?”
뭐가 그렇게도 좋은지 그녀는 호르르 깔깔 까르르 우는 웃는 박장대소까지 하며 눈물까지 맺힐 정도로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기분 풀렸어요?”
“네?”
“무슨 일 있었죠?”
돗자리로 깔았는지 마치 점쟁이라도 된 듯 그녀의 기분을 알아맞히는 그의 말에 그녀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누구도 그녀가 기분이 좋지 않았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런데 이 남자는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일까? 맑고 영롱한 검푸른 눈동자를 마주한 그녀는 덜컥 겁이 났다. 한번 들어서면 결코 빠져나올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는 안 된다고 이성은 말을 하고 있었으나 그곳에 빠지고 싶다는 욕망이 그녀를 부추겼다. 그녀는 손을 뻗어 그의 얼굴위에 가만히 가져다댔다. 가슴의 요동이 점차 파고가 드높아졌다. 작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그에게 간절히 바라는 그녀의 눈동자는 반짝였다. 서은은 엉덩이를 의자에서 떼고 허리를 숙여 그의 옷깃을 낚아채었다. 놀란 그는 숨이 말려드는 짧은 탄식과 함께 앞으로 얼굴을 가져갔다. 더 이상의 말은 필요하지 않았다. 오로지 관능이 생각하고 성애가 말을 했다. 묻고 대답할 틈이 없었다. 그녀의 뜨거운 입술이 그의 부드러운 입술을 향해 덮었다. 결코 거부할 수 없는 진정이라는 소리가 그의 마음속에서 메아리처럼 울러 퍼졌다. 이 순간만큼은 세상이 존재하지 않고 사람들이 존재하지 않았다. 무변함 암흑 속에 모든 사물과 사람들이 사라졌다. 두 사람만이 오도카니 남아 불타오르고 있었다.
터져 버릴 듯이 빠르고 격렬할 정도로 뛰는 심장의 박동만큼이나 그의 거칠어진 호흡을 그녀는 느낄 수 있었다. 그의 가슴에서는 단순하면서도 명확한 말이 외쳐대고 있었다. 원한다. 이 여자를 원한다.
“당신을 원해.”
“당신을 갖고 싶어.”
간절할 정도로 갈망하는 그의 마음을 아는 순간 서은의 가슴도 뛰기 시작했다.
문에 기대어 선 서은은 앞에 서 있는 동현을 올려보는 그녀의 눈동자 속에는 야릇하면서도 호기심과 장난기로 어지럽게 뒤엉켜 있었다. 그녀는 심장이 뛰고 있는 가슴에 손을 가져갔다. 그의 몸이 절로 부르르 떨렸다. 보드라운 그녀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그는 움찔거렸다. 간지러우면서도 짜릿하며 황홀지경으로 천천히 빠져 들어갔다. 그는 절로 터져 나오는 신음을 참기 위해 이를 악물어야 했다.
“당신을 갖고 싶어.”
뜨거운 숨결을 따라 흘러 들려오는 그녀의 속삭임에 아득한 밑바닥에서 솟구쳐 올라오는 기운에 그는 그녀의 허리를 잡더니 가뿐하게 그녀를 끌어당겼다. 그의 입술이 다가와 입술을 포개었다. 부드러운 입술에 닿는 순간 모든 숨이 멈추고 가슴에서 뻐근한 격통까지 느껴졌다. 그녀의 입술은 그를 강렬히 빨아들였다. 그녀의 혀는 한없이 부드러웠다. 그의 입속에서 거침없이 움직이며 맛을 탐닉했다. 그녀의 손은 그의 허리를 휘어 감았다. 이촉 하나하나를 자극하고 혀를 감아올리며 희롱하는 그녀의 혀 놀림에 탄식을 자아내었다. 그녀의 도발에 얼마든지 복종하고 싶었으며 유린을 당해도 기꺼이 받아들이고 싶었다.
“가져.”
허락 따윈 필요치 않았다. 그는 이미 그녀에게 허락을 했으며 그녀 또한 그에게 무언의 허락을 했다. 놀라운 일이었다. 까마득히 몰랐던 전혀 색다른 세계로 그녀는 조심스럽지만 과감히 발을 디디었다. 아름답고 황홀경으로 가득 찬 세계에는 그녀의 첫 구합. 그리고 처음으로 터져 나오는 탄식. 그 모든 것들이 다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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