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내가 준 선물, 갚아줘요.”
수임이 요구했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그 요구를 윤은 거부하지 않았다. 수임의 이마로 다가가 입술을 누를 때, 윤은 저절로 눈이 감겼다. 아마 수임 그녀도……. 윤의 입술이 물러나고도 수임은 여전히 눈 감은 채였다. 감긴 두 눈과 속눈썹을 내려다보다, 윤은 거기에도 차례로 입술을 가져다 댔다. 여린 떨림이 윤의 입술로 스며들었다. 입술이 떠나오고도 그대로 눈을 감고 있는 수임에게 윤이 조용히 말했다.
“눈 떠요.”
“싫어.”
수임의 음성에 단단한 저항이 묻어 있었다.
“두 배로 갚아줬는데 뭐가 불만이야.”
“싫어, 눈 안 뜰 거예요.”
윤은 수임의 콧날에도 지그시 입술을 댔다.
“이제 눈 떠요.”
“싫어, 싫어, 싫어.”
눈을 꼭 감은 채 수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반복해 말했다. 그 입술을 갖고 싶었지만 차마 윤은 그럴 수 없었다. 수임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확연하게 알면서도 그럴 수가 없었다. 가슴이 쓰라리며 젖어 들었다.
“그럼 그대로 내 말 들어요. 나, 일본으로 가야 해요.”
수임이 반짝 눈을 떴다.
“가면, 한동안 못 올 거예요.”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예요?”
“일이 생겼어요. 그래서 가야 해요.”
수임의 눈동자가 불안으로 흔들렸다.
“혹시, 류타……라는 분, 그 사람? 그 사람이 오래요? 그 사람 일 다시 하려는 거예요?”
“그건…….”
아니에요, 라고 말하려다 윤은 좀 망설였다. 그렇게 말해두는 편이 나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얼마 동안만, 하기로 했어요. 그렇게 됐어요.”
막연한 불안으로 흔들리던 수임의 눈빛이 그나마 안정이 됐다.
“계속 할 건 아니죠? 그 사람 일, 계속 하게 되는 건 아닌 거죠?”
수임이 그렇게 묻는 이유를 윤은 알 수 있었다. 류타와 연관이 되면 두 사람 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터이니, 정임과 이현을 생각하면 결코 그래서는 안 될 터이니, 그게 우려가 되어 묻는다는 걸. 공연한 걱정까지 하고 있는 수임이 가여워서 윤의 마음은 더욱 쓰라렸다. 윤은 끄덕여주었다.
“아니에요. 그렇진 않아요.”
“얼마나요? 얼마나 가 있을 건데요?”
“두 달, 아니 세 달. 그보다 더 걸릴지도 모르고.”
“그렇게 오래?”
수임은 곧 울음이 터질 듯한 얼굴이 됐다.
“언제요? 언제 가는데요?”
“내일.”
윤이 대답하는 순간 수임의 눈이 마침내 눈물을 머금었다.
“내일?”
윤의 가슴에도 눈물이 고였다.
“그런 법이 어딨어. 그렇게 갑자기.”
울먹이는 수임을 안아도 못 주고 보고만 서 있으려니 윤은 미칠 것만 같았다.

봄을 좋아한다.
쓰는 즐거움으로 행복해지길 바라며
다양한 빛깔의 삶과 사랑과 사람을 그리고 싶다.

* 종이책 & 전자책 출간작
푸른 속눈썹. 오르골. 햇빛 아래 그가 있다.
계절사랑 시리즈 / 겨울사랑(2권). 여름사랑. 봄사랑. 가을사랑
연지. 올 오아 낫씽(2권). 풀잎연가. 이끌림. 느낌. 귀엣말.
열대의 시간. 타임. 포옹. 당신의 숲. 가장 투명한 빨강.
파문이 나를 새길 때. 곰곰, 하는 중입니까?

* 전자책 출간작
동그라미. 눈사람에게. 약속. 이안류.

* 장편동화 <엄지>와 동화집 <나의 철부지 아빠(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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