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냥 축복받은 유전자가 필요했을 뿐이었어!
과감히 남자에게서 아기씨를 훔쳐낸 여자 강한나.

네겐 일주일이었겠지만 내겐 칠년 같은 시간이었어.
두 번 다시 도망치진 못해. 그러기엔 널 향한 내 마음이 너무 크니까.
앙큼한 도둑을 사랑한 남자 백동혁.

결혼 없이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여자와 우연한 일탈의 기회에 그 여자에게 표적이 된 남자의 아찔한 로맨스.

우리가 한 것은 과연 사랑이었을까?

홈런을 치고 싶어 하는 남자와 병살타가 되고 싶어 하는 여자. 과연 9회 말인 지금도 그들은 여전할까?
승리를 거머쥐고 싶어 하는 남자와 여자의 마지막 경기.


-본문 중에서-

분만실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소리를 듣는 처녀들의 가슴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벌렁거렸다. 도대체 무슨 고통이 뒤따르기에 저런 괴성이 나오는 건지 차라리 아이를 낳았다는 소식을 듣고 올 것을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사서 고생을 하고 있는 친구의 무모한 행동이 정말 애처롭다 못해 불쌍한 지경이었다.
벌써 10시간째. 조금만 더 기다렸다가는 산모보다도 자신들이 먼저 쓰러질 거 같았다. 분만실에서 거센 신음이 울릴 때마다 여자들의 손바닥엔 땀이 가득 쥐어졌다.

“한나는 살아있을까?”

“그러게…… 정 키우고 싶으면 입양을 할 것이지 대체 무슨 짓 이래니.”

기다란 의자에 앉은 두 여자는 막 남편의 머리를 부여잡고 이동침대에 실려 오는 또 다른 산모를 발견하고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차라리 저렇게 머리카락을 쥐어뜯을 남자라도 있으면 낫지……. 미친년.”

“냅둬. 어차피 벌어진 일인데 누가 말려. 그나저나 얼른 뭐라도 낳았으면 좋겠다.”

그녀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삼십 분도 채 지나지 않아 우렁찬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벌컥 열리는 분만실 문으로 그동안 한나의 담당의였던 여의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지간히 피곤했던지 눈 밑의 다크서클이 아주 진해져 있었다.

“축하드립니다. 잘생긴 3.8kg의 왕자님이에요.”

“3.8kg! 대체 얼마나 뱃속에서 애를 키운 거야!”

한나가 애를 낳았다는 감격과 아이의 무게가 주었을 고통이 한꺼번에 다가와 그녀들은 하얀 가루를 뒤집어쓰고 나오는 한나의 아들을 젖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눈도 잘 못 뜨고 바락바락 울어대는 왕자는 정말 잘생겼다.

“나쁜년. 기어이 해내는구나. 정말 장하다 장해!”

아빠 없는 처지를 비관이라도 하듯 아이는 쉴 새 없이 울어대며 강한나의 아들 강호는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세상에 선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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