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여왕 어진이 항상 꿈꾸는 남자가 있었으니 태양같이 빛나고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한 남자 은호였다. 평생을 바쳐 여왕에게 충성을 다하는 아름다운 기사 은호의 슬프지만 애틋한 사랑이야기.

은호의 집 한구석에 얹혀사는 어진의 부모님은 운전기사와 도우미이다. 자존심 강하고 모범생인 어진은 주인집 아들 은호를 짝사랑하지만 내색하지 않는다. 저돌적으로 다가서는 은호의 사랑을 받아들이는 순간 어진은 은호의 어머니에 의해 미국으로 떠나게 된다. 그리고 9년 후 유명한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성공해서 돌아온 어진은 첫사랑 은호를 찾아가는데…….
그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본문 발췌글-

바닥에 주저앉아 그녀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저 물끄러미 들여다보기만 했다. 한없이 보고 또 보아도 물리지 않았다. 밤새 그녀를 볼 수 있었지만 그래도 모자랐다. 말랑한 뺨을 가볍게 문지르자 그녀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좋아한다.”
고백하고 나니 가슴이 떨려왔다. 이 한마디 하기 너무 힘들어 돌고 돌아 여기까지 와야 했다.
“으응…….”
어진이 잠결에 대답하자 가슴 조리는 긴장된 상황이 웃겨 피식 웃어 버렸다.
“내일부터 사귀는 거다.”
“으응…….”
이번엔 소리 없이 나직이 웃었다. 가슴이 간질거렸다. 좋아하는 고백도 연인 선언도 모두 혼자서 하고 있는데 왜 이리 긴장이 되는 건지. 그러다 곧 웃음이 걷힌 그의 눈이 어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좀 전 후배의 말이 사실일까? 어진이 그를 좋아한다는 말이 사실일까? 하늘로 올라갈 만큼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지만, 과연 어진은 그를 좋아하고 있는 것일까? 이렇게 어진을 바라보고 있으니 좀 전의 용기는 다 어디로 가고 아무래도 자신이 없어졌다. 떨리는 손을 뻗어 이마에 내려온 그녀의 머리를 옆으로 쓸어 주었다.
“네 마음 조금이라도……. 내게 있는 거니?”
아주 작게 물어보았다. 혹시라도 그녀가 깰까 봐 그래서 아니라고 할까 봐 아주 작게 물어야 했다. 긴장으로 그의 눈매가 작게 떨렸다. 여태껏 너무나 원하고 원해서 이루어지기 포기하고 있던 간절한 바람이었다. 조금의 관심이라도 좋았다. 단 한 조각의 관심이라도 좋았다.
“…….”
그녀는 대답이 없었다.
“큭.”
미친놈. 소리 없이 중얼거렸다. 이불 속에서 그녀의 손을 꺼내어 뺨에 가져다대고 침대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로맨스매니아 20년째

제대로 된 로맨스 언제 한번 써 볼까..

매일 전전긍긍하는 소심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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