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 이런 날 아껴 줘서.

중·고등학교 동창이지만 오랜 시간 연락을 하지 않다 스물아홉 살이 되어서 만난 건우와 찬비. 그때 그 시절과는 너무나도 다른 서로의 모습에 서먹해하던 것도 잠시, 두 사람은 친구로서 잦은 만남을 가지면서 서로에게 점점 끌리게 된다. 하지만 그에게는 오랜 연인이, 그녀에게는 약혼자가 있어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는 관계. 그러던 어느 날, 찬비가 약혼자의 외도로 파혼을 하게 되면서 두 사람 사이에는 거센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는데……

▶잠깐 맛보기

“몇 시야?”

곤한 잠 길을 다녀온 사람답게, 듣기 좋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건우의 귓전에 닿았다.

“10시 조금 넘었어.”

“맙소사. 대체 몇 시간을 잔 거야.”

“코까지 골아 가면서 자던걸.”

“하……! 정말?”

“물 마실래?”

지그시 눈을 감은 찬비가 고개를 끄덕이자, 침대에서 일어선 건우가 벽 쪽에 붙어 있다시피 한 냉장고를 향해 다가섰다.

찬비에게 물을 채운 컵을 건네며 건우가 짐짓 농담을 건넸다.

“아무리 매력이 없어도 그렇지, 키스하는데 잠드는 건 너무한 거 아니야?”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듯 입가에 자조적인 미소를 띤 찬비가 그를 올려다보았다. 부러 지었음이 분명한 표정이건만, 건우는 그런 그녀의 미소에 가슴이 멎는 기분이었다. 발그레하게 홍조를 띤 뺨과 그에 어울리지 않는 자조적인 미소가, 그의 본능을 아뜩하게 만들었다.

“이상하게 너만 보면 잠이 와.”

▶목차

거절, 사랑에 대한

안타까움, 일상 속의 거리

우연을 비켜선 시간

이미, 사랑하고 있어

오해와 다툼, 사랑을 뿌리내리게 만드는 시간

사랑, 그 말할 수 없는 용기

참아 온 그리움, 그 간절함에 대하여

인정, 그리고 이해

미혹, 시작보다 끝이 두려운

Egoist

삶, 그 잔인함에 대하여

가해, 그리고 피해

용서, 스스로를 향한 화해

사랑, 그 변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하여

페리도트

사람, 진실이 머무는 곳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