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소민은 버려졌다는 사실과 더 이상의 차가움이 싫어, 이유모를 책임과 의무감으로 울타리를 만들어 주겠다는 찬우와 끝을 알 수 없는 결혼을 하게 된다.
모든 것이 얽혀 버린 그들의 시작. 그리고 그 끝에는 한 여자를 미련스럽게도 기다리고 감싸 안는 한 남자와, 한 남자를 두 번 사랑하게 된 한 여자가 있는데…….
소민이 사고로 잃은 건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그녀가 모르는 비밀은 무엇일까.
그들의 잔잔하고 애달픈 사랑이 시작됩니다.

- 본문 중에서 -

찬우가 손을 뻗어 소민의 두 뺨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아 내었다. 그의 작은 손길에 그녀의 가슴엔 또 다시 설렘이 일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 사람의 배려심 넘치는 행동 하나에 가슴이 두근댔다.
“왜 우는 건데.”
소민의 얼굴을 두 손으로 소담히 감싸 쥐며 그가 눈물을 닦아 내었다.
바보 같이, 멍청이 같이. 왜 이렇게 눈물이 흐르는지 모르겠다. 섭섭해서, 슬퍼서?
…… 그가 나를 사랑해 주지 않아서.
“나 가짜잖아요, 우리 이런 거 다 가짜인거잖아요…….”
찬우의 눈을 바라보며 소민이 울먹거리면서 말을 이었다. 정리해야 했다. 그를 더 이상 붙잡아 두고 싶지 않았다.
찬우로 인해서 소민은 충분히 보상 받았다 생각했다. 어머니, 아버지가 생겼고 잃어버렸던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충분히 행복하게 지냈다. 더 이상 바라면 욕심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도, 그의 인생을 살 권리가 있었다. 언제까지고 말도 안돼는 책임과 의무로 배려와 인내심을 가지라 요구할 수 없음을 소민은 알고 있었다.
소민이 힘겹게 말을 하자, 한참이고 아무 말도 없이 찬우가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복잡한 표정, 그리고 이내 참을 수 없는 듯 입술을 잘근 씹는 그가 움직여 왔다. 소민의 얼굴을 감싸 쥐던 두 손이 부드럽게 움직였다. 그녀의 머리를 감싸고 그의 향기가 다가왔다. 따뜻하게 다가와 찬우의 입술이 차디 찬 그녀의 입술 위로 포개어 졌다. 정신이 아찔해질 정도로 그렇게 스며들다 소민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눈물로 범벅이 되어 버린 그녀의 입안 속, 조심스럽게 입술 결에 물든 그의 향기가 감싸왔다. 따뜻한 그의 향이 소민의 온 몸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옭아 메는 생경한 촉감에 소민이 주먹을 꽉 말아 쥐었다. 마음이 시릴 정도로, 저려왔다.
곧이어 부드럽게 멀어진 찬우가 그녀의 어깨를 꽉 부여잡으며 말을 이었다.
“이건 진짜니까 잘 들어.”
천천히 입술을 떼며, 그의 온기가 온전히 남아있는 그녀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훑어 내리는 찬우가 말했다. 그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차갑고도 따뜻한 그만의 목소리에 젖어들도록.
“가짜 아니었어. 처음부터. ……내가 사랑했었으니깐.”

오랫동안 꿈을 그린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
글도, 현실도. 늘 해피엔딩이길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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