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시열
직업: JV병원 신경외과 레지던트 1년차

키 크고, 똑똑하고, 집안까지 좋으니, 어디 하나 나무랄 곳이 없이 완벽하다.
이 남자의 불행은 소미, 소아 두 마녀의 동생이라는 것.
그를 구해 준 백마 탄 공주가 나타났다. 백마 탄 공주를 잡는 것만이 살길이다.
“누나, 순진한 남자 하룻밤 간식 삼아 먹어 버리고, 나 몰라 하는 그런 파렴치한은 아니지?”
“나 책임져야겠지? 아무리 술 취해서 저지른 실수라고 하지만, 순진한 총각 넘어트렸으면 책임져야 하잖아. 책임져라?”


정하람
직업: 색소폰 강사.

그저 그런 소시민이다. 그런 그녀가 술김에 친구의 남동생을 건드리고 말았다.
이 일을 어떻게 한단 말인가!
“너 숫총각이야? 아니잖아. 만약 숫총각이라고 해도 이건 아니야. 여자하고 한번 잤다고 책임지라니 말이 돼?”
“이게 미쳤나! 몰라! 지나가던 개에게 물렸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나 몰라!”


[본문 중에서]

“내가 아무리…… 동생에게 손을 대겠냐. 시열이 너…… 내 말 믿지?”
“정하람, 너 왼쪽 가슴에 점 있더라.”
그의 손가락이 볼에서 목선을 타고 아래로 내려왔다. 그리고 왼쪽가슴 바로 위에서 멈췄다.
“젖꼭지 바로 옆에.”
그녀는 그의 이 말에 숨이 턱하고 막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고통스러웠다. 사고를 친 것 같았다. 정말…….
‘소미에게 죽었다.’
눈앞에 자신이 소미에게 죽는 장면이 보이는 듯했다.
‘화장해 달라고 해야겠지.’
아무도 찾지 않는 외로운 무덤보다는 화장에서 산에다 뼛가루를 뿌려 달라고 하는 편이 괜찮을 것 같던 생각이 들었다.
‘그래, 그게 괜찮겠다.’
서른. 서글프게도 인생이 너무 짧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꽤 좋았는데, 어땠어?”
그녀는 시열이 뭐가 좋다고 하는지도, 뭐가 어땠다고 물어보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그저 멀뚱히 그를 볼 뿐이었다.
“우리 첫날밤 말이야.”
갑자기 앞에 노랗게 변했다. 그리고 호텔방이 사정없이 돌았다.
“설마 모른다고 하지 않겠지?”
“기억에…… 없다. 하지만 정말 미안해. 진짜……. 네가 기억하는 것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잊어버리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 한번 잤다고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니니까.
“누나, 순진한 남자 하룻밤 간식 삼아 먹어 버리고, 나 몰라 하는 그런 파렴치한은 아니지?”
“시열아…… 그게…….”
“나 책임져야겠지? 아무리 술 취해서 저지른 실수라고 하지만, 순진한 총각 넘어트렸으면 책임져야 하잖아. 책임져라?”
이건 또 무슨 말인지. 뭘 책임지라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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