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무늬 트렁크를 입은 그 사나이 윤석빈.
아무리 멋진 근육과 초콜릿 복근을 가졌다 한들
김지미의 눈에는 영락없는 변태!!

양심도 없다. 동그랑땡 얼굴에 살짝 들린 코를 가졌으면서
감히 김지미란 이름을 쓰다니!
게다가 주인의 눈앞에서 신문을 슬쩍하고는
누구더러 변태래?!

노란 장미 스물네 송이로 시작해 황금 장미 스물네 송이로 사랑을 완성한
석빈과 지미의 사랑 이야기.


-본문 중에서-

에이, 나쁜 놈!
저렇게 멀리 떨어져 있다가 느닷없이 옆에서 연쇄살인마가 나타나 내게 칼을 휘두른다면 그땐 어쩌려고? 이대로 죽는 모습을 보려고 그러는가?
다리가 너무 아팠다. 날씨도 너무 추웠다. 정말로 차 안이 절실하게 그리웠다.
치사한 인간! 그렇게 해야겠다 이거지?
내가 저 차, 절대 안 탄다, 치사해서 안 탄다!
그러면서 지미는 계곡을 향해 섰다.
“그래요! 내가 넘어갔어요! 내가 넘어갔다구요, 씨! 넘어가려고 넘어간 게 아니고요, 어쩌다 보니 추워서 그렇게 되었어요! 그래요! 내가 넘어갔어요!”
억울해서 눈물이 다 난다. 집에 가서 봐. 다시는 보지도 않을 거다. 데이트? 흥, 어림도 없어. 다신 안 해.
“내가 석빈 씨 덮쳤다구요, 젠장! 그렇다고 치사하게 그걸 꼭 이렇게 밝혀야 해요? 나도 자존심이 있는데, 넘어갔단 말을 하게 만들어야 직성이 풀려요?!”
내가 어쩌다 그까짓 추위 하나 이기지 못하고 그런 실수를 저질렀는지 이건 정말 천추의 한이다, 한이야.
처음엔 나오지 않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아무도 없는 계곡 아닌가. 소리를 지르다 보니 분이 솟구쳐 점점 크게 소리 질렀다.
“그래요! 내가 넘어갔어요! 내가 덮쳤어요! 잘 자고 있는 석빈 씨 덮친 거, 바로 나라고요! 내가 넘어갔어요! 내가 넘어갔어요! 내가 덮쳤다구요! 됐어요?”
될 대로 되라!
분하고 창피해서 눈물이 났다. 눈물을 닦는데 도로 옆 계곡 쪽에서 ‘킥킥’거리는 소리가 그녀의 귀에 선명하게 들렸다. 소리가 난 쪽을 흘끔 본 순간 지미는 근처의 나무 뒤에 숨어 있는, 낫을 가진 남자의 모습을 포착했다.
그 순간 그녀의 눈에는 보이는 것이 없었다. 차를 향해 죽어라 달리기 시작했다.
“석빈 씨! 그 사, 사, 살인마가! 계곡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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