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재 : 33세. 한국은 물론 아시아를 평정한 대한민국 최고 인기 배우.
착실한 이미지로 13년을 버텨왔지만 업계의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오죽하면 그의 별명이 ‘개민재’일까. 빡이 돌면 사납게 문다.

윤단오 : 26세. 서린유치원 햇살반 교사.
타향살이의 외로움을 연예인 팬질로 승화시켜 소하람의 열혈 극성팬이 됨.
그러던 어느 날, 밤을 새가며 손수 만든 선물을 들고 그녀의 우상인 하람을
만나러 갔는데, 어머나?

소하람 : 27세. 보이그룹 리더이자 차세대 인기배우.
이민재의 뒤에서 만년 2등이나 하려고 허구한 날 연습실 바닥을 뒹군 게 아니다.
1인자를 밟고 올라서야 가질 수 있는 것이 1등의 자리라면 골백번이라도 밟는다.


<본문 중에서>

‘쾅!’

독이 오른 표정으로 한참을 나대던 여자가 벽이 흔들릴 만큼 세차게 문을 닫고 나간 뒤, 잠시 후 다시 한 번 굉음이 들려왔다. 분이 안 풀린 여자가 가다 말고 되돌아와서 현관문을 냅다 걷어찬 모양이었다.

단오가 주방에서 고개를 빠끔 내밀고 보니 민재는 그러거나 말거나 여전히 TV 모니터를 바라보며 닌텐도 Wii의 리모컨을 휘둘러대고 있었다. 정말 강적이었다.

‘오, 나이스 샷!’

그가 친 공이 호수를 슝슝 가로질러 날아가 홀 근처에 안착하는 것을 보며 속으로 ‘나이스 샷’을 외친 단오는 주방을 나와 2층으로 슬슬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민재가 그런 그녀를 불러 세웠다.

“호박!”
“예?”
“너도 봤지? 내가 방금 유능한 스타일리스트를 해고한 거. ……아니다. 내가 해고를 당한 건가? 아무튼.”
“네.”

그 여자가 스타일리스트였다는 말에 드디어 단오도 그 유명한 이름을 떠올렸다. 어쩐지 많이 본 얼굴이라더니!

‘사라 김.’

환상의 버디 샷을 잡은 그가 소파 위로 리모컨을 툭 내던지고 단오에게 돌아섰다.

“스타일리스트, 섹스파트너, 식모. ……나한테 필요한 건 딱 이 세 가지야. 이 중에서 뭐 할래?”
“예에?”
“나 때문에 셋방 못 얻었다며? 그러니 어쩌겠어. 내가 책임을 져야지.”
“그, 그, 그런 뜻은 아니었어요.”
“나한텐 그렇게 들렸어. 그러니까 부담 갖지 말고 계속 2층 써. 단, 공짜로 빌려주기엔 내가 너무 손해를 보는 느낌이라서. ……선택해, 뭐로 할래?”

단오가 입만 딱 벌린 채 서있자, 그런 그녀를 위아래로 쭉 훑어 내리고선 그가 통보했다.

“첫 번째는 네가 도저히 못 할 테고, 두 번째는 내가 죽어도 안 되겠고…… 넌 오늘부터 식모다.”
“헉!”

인생은 유쾌 상쾌 통쾌해야 한다고 늘 부르짖는 사람.

그 노력의 일환으로 로맨스 소설을 쓰는 사람.

그러다 보니 듣게 된 ‘작가님!’ 소리에 소녀처럼 수줍어하는 사람.

하지만 아무도 없는 데선 ‘아뵤오~!’라며 기뻐 날뛰는 사람.

(ohwin0417@naver.com)

출 간 작 : 삼대(三代), 사악한 당신, 투명 립그로스, 못 말리는 베이비시터
출간예정 : 내 어여쁜 호박, 크라잉 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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