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부모님 때문에 사랑하는 연인과 원치 않는 이별을 해야만 했던 그 남자, 강지후.




그녀를 떠난 8년의 세월을 돌이켜 보면 그의 가슴은 언제나 늘 공허한 메아리가 똬리를 틀고 있었다. 차가운 강물 한 줄기가 가슴 한 가운데를 가로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윤화, 그 여자를 향한 그의 사랑은 절대 변할 수 없다는 것.

그녀가 없으면 그의 세계는 온전하지 않다는 것.

그래서 돌아왔다. 다시 그녀를 되찾기 위해.




“윤화야 우리 예전으로 돌아가자. 내가 네 남자였고 네가 내 여자였던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자.”




8년 만에 느닷없이 그녀 앞에 나타난 그 남자. 그리고 당당하게 요구한다.

예전으로 돌아가자고. 다시 그의 여자였던 그 시절로 돌아오라고.

그의 말처럼 돌아가고 싶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굳은 결심에도 불구하고 강렬한 그의 사랑 앞에 한없이 약해지고 마는 그 여자, 채윤화.






-본문 중에서-




지후는 입술을 윤화의 귓가로 천천히 가져가며 감미롭게 속삭였다.

“기억나? 그날 밤 절제를 하지 못했던 내가 미처 네 생각을 하지 못하고서 짜부라질 정도로 쓰다듬고 핥고 빨아대던 네 젖가슴이, 네 젖꼭지가 따갑고 쓰라리다고, 이튿날 옷깃이 살짝 스치기만 해도 내 손가락과 입술이 살짝 닿기만 해도 자지러졌던 네 모습을.”

“…….”

“그리고는 며칠 동안 네 곁에 가까이 오지 못하게 했던 너. 널 만지지 못했던 그 며칠간이 나에겐 지옥처럼 힘겨운 나날이었다.”

지후가 윤화의 귀에서 입술을 떼고서 그녀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반쯤 쉰 듯 섹시한 목소리를 내는 그의 입술이, 그의 깊은 눈동자가 촉촉이 젖어 불빛에 빛나고 있었다. 윤화는 눈 속이 뜨거워지며 온몸의 세포가 간질간질 저려오는 듯 짜릿해졌다.

“그때처럼 난 미쳐가고 있다. 더 이상 견뎌내기가 힘들다. 이러다가는 널 강제로라도 안고 말거야. 날 그런 나쁜 사내로 만들지 말아다오. 채윤화. 이제 그만 고집부리고 내게로 와라. 다시 시작하자.”

펄떡 뛰어오를 정도로 짜릿한 감각에 몸부림치고 있던 그녀의 영혼이 지후의 마지막 말을 듣는 순간 차갑게 식어버렸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왜 말이 안 돼? 내가 널 사랑하고 네가 날 사랑하는데.”

“사회 통념상, 아니 윤리적으로라도 우리 두 사람의 사랑은 절대 이뤄질 수 없는…….”

지후는 그녀의 양쪽 어깨를 세차게 잡아 흔들며 고함쳤다.

“그만! 그만! 네가 자꾸 그딴 핑계를 대면서 날 피한다면 내가 어떻게 변할지 몰라. 난 네게 원초적인 본능만 가진 짐승 같은 사내가 되고 싶지 않다.”

“…….”

“그러니 윤화야 우리 예전으로 돌아가자. 내가 네 남자였고 네가 내 여자였던 그 시절로 돌아가자. 다른 생각은 하지 말고. 응?”

필명 : 라희
로망띠끄에서 활동 중.
완결작으로 <제왕의 여자>가 있음.
현재 <제물 祭物> 이라는 제목으로 연재 구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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