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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귀문의 신부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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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혜영 지음가하에픽2017.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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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품 소개
「알았지? 꼭 딸 하나는 신부로 줘야 한다?」
좋은 성적으로 간호대를 졸업했으나 1년 만에 겨우 취직한 최다은. 그러나 첫 출근을 앞두고 도깨비 왕 가온가비의 신부가 될 위기에 처하는데…….
언니 진아의 도움으로 한 달의 반만 도깨비들의 마을에서 지내며 출퇴근을 하기로 하지만, 막상 출근해보니 병원의 원장은 도깨비인 반쪽자리 남편이고 병원 직원들은 전부 도깨비 아니면 귀신을 본단다. 게다가 나이트 근무를 하러 간 응급실에는 온갖 신들이 가득하다. 난 평범한 인간인데 정말로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걸까?!
그뿐인가. 인간과 도깨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다은은 점차 결 좋은 회색 머리에 잘생긴 도깨비 가온가비에게 가슴이 두근거린다.
귀문과 인세를 넘나드는 도깨비 왕과 인간의 금단의 사랑.
“그럼 앞으로 잘 부탁해, 신부님.”
다음주 월요일 출근을 앞둔 금요일, 나는 그렇게 신부가 되었다.
2. 작가 소개
차혜영(차혜英)
4월 21일, 황소자리. 파워풀한 제철 도시에서 태어났습니다.
좋아하는 건 (비리지 않다면)먹는 것. 싫은 건 확실하지 않은 것. 취미, 기록하기.
좋아하는 연기자, 송중기. 좋아하는 연예인, B1A4.
자주하는 말, “배고파.”, (점심 먹으면서)“엄마, 저녁 뭐 먹어?”
블로그 운영 중, http://blog.naver.com/cjaa1002
ps. 토끼가 아니라 햄스터 오늘이를 키우게 되었습니다.
▣ eBook 출간작
덕후와 마법사
소공자 길들이기
골방마녀와 로맨스
붉은 달 아래, 소녀
3. 차례
#프롤로그
#0. 동생 이야기의 시작.
#1. 눈 깜박했더니 취직이 되었습니다.
#2. 눈 깜박했더니 식장에 서 있었습니다.
#3. 아니, 이런 걸 두고 취집이라고 하나요?
4. 미리 보기
달큼한 아기 냄새를 깊게 들이마셨다. 한동안 느끼지 못할 그것. 아주 그리울 사람의 온기.
“윤이 안녕. 바이바이.”
“빠! 빠!”
조카가 방긋방긋 웃으며 나를 따라 뜻 모를 옹알이만 내뱉었다. 그 모습이 제법 사람 같아서 다은은 빙긋 웃었다. 거울 같은 아기는 웃어주면 또 웃어주었다. 이러니 떠나는 발걸음 쉬이 뗄 수나 있나.
“얼른 가라. 기다린다.”
“아, 알았다. 좀만 더 보고.”
사랑스러운 조카를 조금이라도 더 보고 싶은 이 애잔한 마음, 언니는 알까 몰라. 다은은 속으로 콧방귀를 한 번 더 탕탕 뀌어준 다음 다시 윤이를 “아루루루, 까꿍!” 하고 얼렀다. 아기가 까르륵 웃었다.
“좀! 네가 이럴 처지가?”
“알았어.”
뒤에서 인간으로 변장한 도깨비들이 괜찮다고 해도 언니는 탐탁지 않은 얼굴로 날 차 안에 밀어넣었다. 번쩍번쩍한 검은 세단, 그것도 국산 차 중에서도 제일 좋다는 차를 탄 날 보는 언니의 시선이 좋지 않았다. 그냥, 언니는 날 데려오던 그 순간부터 모든 게 싫은 얼굴이었다.
그러면서도 잘빠진 세단 안에 앉은 날 바라보는 눈은 또 우네, 울어. 울지 않으려 아무리 인상을 써보아도 눈가가 붉으니까 금방이라도 눈물을 후드득 떨어뜨릴 것만 같았다. 이럴 때 가만 보면, 언니는 엄마를 꼭 닮았다. 기가 센 것 같으면서도 눈물샘이 아주 꼭지 풀린 수도꼭지란 말이야. 이래서는 도대체 나보고 어쩌란 말이야?
“다은아.”
“왜?”
“네가 인간인 거, 절대로 잊지 마.”
“알았다.”
“꼭 잊지 마!”
“아, 알았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아무것도 모르고 방긋방긋 웃는 윤이를 등에 업고 언니는 또 몇 번이나 나에게 당부했다. 그리고 나는 그 경고를 그저 웃으며 그저 알았다고 했다. 나중엔 짜증까지 슬며시 났었지. 내가 이미 인간인데, 인간인 걸 어떻게 잊어? 그런 내 근거 없는 자신감에 언니는 못 미더운 표정으로 고개를 대충 끄덕였다.
“……그래, 니가 알아서 잘하겠지. 부지깽이, 불쏘시개! 부탁 좀 합시다.”
……아니, 나 얼마나 신뢰가 없는 거야? 내가 불퉁한 얼굴로 언니를 보든 말든 언니는 이젠 날 데리러 온 도깨비들에게 몇 번이고 날 당부했다. 그 뒷모습이 마치 어둠의 경로에서 살아가는 브로커 같았다.
“대가는?”
“우리 윤이 사진 매달 다섯 장씩!”
“……허.”
언니의 비장한 외침에 두 도깨비는 바람 빠진 소리를 내며 등 뒤의 윤이를 보았다. 산만 한 덩치와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 도깨비 둘이 내 조카를 뚫어지듯 바라봤다. 이야, 영화 속 조폭이 따로 없구나. 우락부락, 울퉁불퉁. 그야말로 조폭의 전형이라 아가 엄마를 까무러치게 만들었던 부지깽이와 불쏘시개다. 솔직히 나도 좀 무섭다. 그런데 윤이는 도깨비의 시선에도 울지 않고 고개를 갸웃갸웃거렸다. 귀여워!
“아?”
생전 처음 보는 도깨비에 아기는 그저 두 눈 도르륵 도르륵 굴리다 “꺄하!” 하고 웃으니, 나는 그들의 코에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는 환상을 보았다.
“아기 각시, 최고!”
“진아 각시, 우리만 믿어! 우리만 믿으라고!”
……그냥 나를 못 믿는다고 해, 언니. 그렇게 비장한 표정으로 윤이 사진을 거래 품목으로 쓸 것까지야 없잖아.
조금은 원망스러운 기분이 되어 언니를 바라보다가 옆을 바라보자 엄마는 아예 펑펑 울고 계셨다.
“어, 엄마…….”
“다은아, 무슨 일 있으면 꼭 연락하고. 영 안 되면 언니한테라도 꼭꼭 연락하고.”
“네. 걱정 마세요.”
옆에서 하염없이 눈물짓는 엄마를 대신해 아빠가 내게 당부하셨다. 엄마는 언니랑 방에서 숙덕숙덕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시더니 내내 아무 말씀도 않으셨다. 다만 밤늦게 누군가가 흐느끼는 소리가 간간이 들려올 뿐이었다. 그리고 오늘, 잘 버티시던 엄마는 결국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셨다.
그런 엄마 앞에서 나는 웃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웃어야만 했다.
“저, 갔다 올게요.”
그래서 몇 년 전에 언니가 1년 계약직으로 집을 떠날 때처럼 똑같은 말을 했다.
◇ ◆ ◇
참 좋은 차였다. 엔진 소리도 고요하고 흔들림도 거의 없는 좋은 차에 탄 다은이지만, 그 표정이 좋지 않았다. 좋은 자리, 좋은 혼처. 그야말로 호강에 받쳤건만 다은의 얼굴은 우중충했다. 그건 여느 새색시처럼 화사하게 웃는 해님이 아니라서 운전석에 앉은 부지깽이는 저도 모르게 백미러로 다은과 멀어지는 가족을 바라봤다.
문득 다은이 안쓰러워졌다. 그래. 세상 어느 인간 각시가 도깨비 왕에게 시집간다고 좋아하겠나. 요즘 사람들은 좋은 혼처로 간다고 해서 다 좋다고 하진 않는다더라. 게다가 어린 나이에 낯선 세상으로 뚝 떨어져도 씩씩하게 헤쳐나간 진아 각시가 별종인 거지. 이쪽이 정상인 거다. 암, 그렇고말고.
“각시가 정말로 진아 각시의 친동생이라고?”
“네. 맞아요.”
“정말, 이런 우연이라니. 운명이 따로 없네.”
진아가 알면 “운명? 우운명? 니들 운명에 맞아본 적 있냐?” 하고 뒤집어질 감탄을 부지깽이가 하는 동안 불쏘시개도 그에 보탰다. 어릴 때 그 순진하던 진아는 어디로 가고, 웬 암호랑이가 마을을 발칵 뒤집는 게 아닌가. 그걸 본 불쏘시개는 괜히 입 잘못 놀려 죽기 전에 실낱같은 제 목숨 하나 부지하느라 그동안 막아뒀던 입이 근질근질하던 참이었다.
“부지깽이, 진아 각시의 동생이라면 다은 각시도 대단하지 않겠는가?”
“그렇겠지? 암, 그렇고말고. ‘그’ 진아 각시의 동생인데.”
“전성기의 진아 각시는 정말 대단했었지.”
“암, 암. 그 꼬장꼬장한 산신들에게도 인정을 받았으니.”
“……?”
사, 산신? 이거, 우리 언니 이야기하는 거 맞지? 어느새 과거 회상 모드로 들어간 둘을 다은은 말도 못 하고 바라만 봤다. 아련하게 과거를 되새기는 그들의 표정은 정말 아주 먼 곳을 바라보는 것만 같았기에, 그곳은 인간이 닿을 수 없는 곳인 것만 같아서…….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분명 친언니 이야기인데, 꼭 다른 사람 이야기인 것 같다. 제 언니는 언제나 그대로인데, 이들이 아는 자신의 언니는 자신이 아는 언니와는 너무나도 다르다.
“그런데 저희 언니, 잘 아시나 봐요?”
“암! 잘 알고말고!”
“그럼! 우리가 진아 각시를 얼마나 잘 아는데!”
“진아 각시는 다은 각시를 위해 목숨 걸고 감은장아기의 미로를 통과했는걸!”
……목숨? 미로?
“맞아, 맞아. 그때 진아 각시가 몇 살이었지, 부지깽이?”
“열일곱이었나, 열여덟이었나. 하여튼 간에 그쯤이었지.”
순간 가슴이 쿵 하고 떨어졌다.
“맞다, 그랬지. 그 조그마한 각시가 미로를 통과하겠다고, 다은 각시 구하겠다고 얼마나 아등바등거리던지.”
“그랬던 각시가 벌써 저렇게 커서 애 엄마라니.”
“히야, 그 천사 같은 아기 각시가 진아 각시의 따님이라니…….”
“신기하네.”
“신기해.”
“역시 인간들의 시간은 빨라.”
아무리 들어도 적응도, 이해도 안 되는 말들이 고급 세단 안을 가득 채웠다. 그중에서도 다은은 핵심을 잘 골라 집어냈다. 미로, 목숨, 도깨비, 산신. 그 모든 것은 최다은과 맞바꾸려 한 언니의 목숨으로 귀결되었다. 그리고 그 시작은, 미로. 언니도, 엄마도 말해주지 않은 비밀.
“저…….”
한창 저들끼리 떠들어대던 두 도깨비의 시선이 다은에게로 모아졌다.
“응. 다은 각시, 왜?”
“무슨 일이야?”
그 말이 무언고 하면은 조수석에 앉은 불쏘시개는 그렇다 쳐도, 운전대를 잡고 있는 부지깽이까지 앞을 안 보고 자신을 돌아보고 있다는 것이다.
“앞에, 앞에!”
“아니, 불렀으면 이야기를 해야지. 각시.”
“아니, 부지깽이 씨, 앞에!”
“왜? 괜찮아. 말해, 다은 각시.”
괜찮지 않아!
“꺄…….”
지금 이 순간 마법처럼 이 차는 한적한 길가의 가로수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꺄아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