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마치 폭탄이라도 맞은 듯한 요상스런 머리에

음식을 할 때면 현관문을 활짝 열어 복도에 온갖 음식 냄새를 풍기질 않나,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것 같은데 유치하게 벨을 누르고 도망가는 짓까지?

민폐 왕창에 안하무인인 이웃집 괴상망측한 여자와 무슨 악연이기에 이렇게 꼬이기만 하는지.

잘나가는 사업가이자 교수인 원시우의 눈에 가영은 어느 것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런데 이 괴상망측한 여자에게 점점 익숙해지다니!

내가 아플 때 도와주기에 그래도 조금은 괜찮은 놈인가 생각했는데

사소한 착각으로 직장도 댕강 날려 버리다니…….

잘생기고 몸매까지 바람직하지만 성격은 매우 까칠한 그 남자가

무한긍정 송가영의 인생에 감히 허락도 없이 끼어들어 자존심과 성질을 박박 긁어 놓는다.

그런데 자꾸 대하다 보니 희한하게 이 남자가 조금씩 눈에 들어온다!

[본문 내용 중에서]

“형, 혹시 저 아줌마하고 싸운 거야? 머리가 왜 저래?”

자신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놈을 향해 눈을 부라리는 가영이었다.

‘아우, 저걸 죽여 말아. 뭐, 아줌마? 머리?’

있는 대로 눈이 뒤집힌 가영이 차마 여자로서 입에 담지 못할 상스러운 말들을 다다다 퍼부으려던 찰나, 먼저 그녀의 손이 반사적으로 머리로 올라갔다. 그런데 손끝에 와 닿는 이 촉감은 무엇이더냐? 울퉁불퉁, 아니다. 삐죽빼죽?

가영은 눈앞에 저절로 그려지는 아찔한 영상에 그만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까 머리를 찔러대던 핀을 쥐어뜯다시피 빼낸 생각이 왜 이제야 나느냐 말이다.

‘오, 하늘이시여, 오늘 저에게 왜 이러세요? 아이고, 이게 무슨 개망신이야!’

이어 자신이 입고 있던 옷을 내려다보고 또 한 번 부끄러움으로 맨땅에 다이빙을 하게 된 가영의 머릿속엔 그저 36계 줄행랑이라는 말만이 메아리쳤다.

‘날 완전히 돈 여자라고 생각을 했겠지? 내가 아주 못 살아!’

어디 쥐구멍이라도 있다면 당장 기어들어가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 일단 작전상 후퇴.’

가영은 천천히 뒷걸음질 친 후 재빨리 현관 손잡이를 돌렸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지 문이 열리지 않았다. 가영은 당황스러웠다. 아니, 당황을 뛰어넘어 심리적인 공황상태에까지 빠져들고 만 그녀는 급기야 남의 집 현관에다 발길질까지 스스럼없이 불사했다. 그런 가영을 재미난 구경거리라도 되는 양 바라보고 있던 집주인이 빈정거렸다.

“그렇게 해서 문이 부서지겠어? 망치라도 갖다 줘?”

보통 때라면 손톱이라도 세우고 악착같이 달려들 그녀였겠지만 오늘의 망신은 이것으로 족했다. 남자가 성큼 다가오는 바람에 움찔한 가영이 살짝 비켜섰다. 닿을 듯 말듯 가깝게 선 두 사람이었다. 그에게서 시원한 페퍼민트향이 났다. 이상하게도 그 페퍼민트향이 가영의 마음의 안정을 되찾게 해주었다.

그가 손잡이 위에 달린, 문 색깔과 똑같은 조그마한 버튼을 꾹 누르니 문이 덜커덕 소리를 내며 열렸다. 그런 후 친절하게 현관문까지 열어 주자마자 그때까지 뻣뻣하게 굳어 있던 가영이 잽싸게 그 집을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복도에서 못내 억울한 듯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나쁜 놈! 두고 보자! 내가 언젠가는 꼭 오늘 일 사과 받아내고 말 거니까! 흥!”

콧방귀까지 날리고 후다닥 제 집으로 뛰어 들어온 가영은 얼른 현관문을 닫아걸고 욕실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몇 초 후…….

“아아아악!”

오피스텔이 떠나가라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프로필]

이선혜

1972년 4월 26일생

필명 블랙위도우

현재 피우리, 로망띠끄, 개인카페(돌아이구락부)에서 활동 중.

- 출간작

[카사노바&쇼걸]

[회색겨울]

[하늘정원]

[뻔뻔한 남자]

[절혼]

[헤타라이들] 외

[목차]

1장 ~ 17장

<작가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