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중에서-

“앗!”
강한 힘이 팔을 움켜잡자 절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분명 아까 주위를 둘러봤을 때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누군가 다가와 팔을 잡았다. 그 두 가지 사실에 팔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시현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제 팔을 잡고 있는 이를 바라봤다. 남자였다. 전혀 알지 못하는 남자.
“놔요. 당신 뭐하는 거야?”
시현의 차가운 목소리와 시선에도 남자는 아랑곳 하지 않은 채 그녀의 팔을 잡고 있는 손에 힘을 더 주었다.
“내가 묻고 싶은 말이야. 당신이야 말로 뭐하는 거지?”
“좋은 말로 할 때 놔요.”
몇 해 전부터 얼굴을 가리고 다니지 않아도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다. 간혹, 정시현이 아니냐고 묻는 이들이 있었지만 시현은 그 사람이 누구냐며 아무것도 모르는 척 되묻곤 했었다. 그러면 그들은 ‘거 봐. 그냥 닮은 거라니까. 근데 진짜 보고 싶다, 정시현.’ 하며 자리를 뜨곤 했다. 그러니 눈앞에 있는 이도 자신을 알아본 것은 아니었다. 아니, 알아본 것이라면 이렇게 무례하게 굴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난 8년 간 시현의 대인관계는 폭이 무척이나 좁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 삶의 모토는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되 내 맘대로 살자.’로 바뀌어 있었다. 적어도 그 신조를 지키며 살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눈앞에 있는 남자가 자신을 향해 분노를 쏟아내게 할 이유도 없었다. 팔의 통증이 점점 강해지자 시현은 짜증이 넘어 화가 나기 시작했다.
“놓기 전에 대답부터 하지?”
“난 그쪽에게 할 말 따위 없어요.”
잇새로 내뱉는 말이 아니라 표정만으로도 남자가 표현하고 있는 감정이 화를 넘어선 분노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시현은 이 남자가 이런 반응을 보일 만한 일을 한 적이 없었다. 참기 어려울 만큼 팔이 아파지자 시현이 팔을 빼내려 뿌리치려 했지만 남자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 했다.

[작가 소개]

작가라는 이름으로 불리기에
쑥스럽기만 하고 글을 읽는 모든 이들이
공감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써보고 싶으나
그것이 버겁기만 하다.
지금까지 배운 것보다
앞으로 배울 것이 더 많으며
자신이 쓴 글이 만족스러운 것보다
불만족스러운 것들이 더 많기만 하다.


지난 시간동안 세 편의 종이책과 세 편의 이북을 선보였다.
현재 가슴에 품다 종이책 출간 준비 中, 지하의 하우스 이북 출간 준비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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