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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왕관을 쥔 레이디 2권

남수아 지음가하에픽2017.10.16979-11-300-22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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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환경 :  PC/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타블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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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300-22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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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품 소개

 

“나와 결혼해주시겠습니까?”

 

 

혼자 누르고 참으며 살아내는 것이 너무나도 익숙한 서민하. 5년간 짝사랑해온 선배로부터 고백받은 날 저녁, 뜻밖에도 다른 세계로 떨어져버린다! 왕이 되려는 르 프란델의 대관식 날 그를 깔아뭉개며 떨어져 내린 탓에 순식간에 예언의 주인공 은의 레이디가 되어버린 민하.

그녀가 택하는 자가 태평성대를 가져올 왕이 된다는 빗나갈 수 없는 예언의 존재 때문에 그녀를 못마땅해 하는 차가운 미남자 프란델을 비롯해, 프란델과 대비되는 화려한 미모와 유혹적인 태도를 보이는 왕족 엘 카이레스에게 청혼을 받는데…….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려는 민하는 프란델과 가짜 약혼을 하게 되고, 점차 은의 레이디로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간절한 마음으로 청하오니,”

그리고 그가 고개를 들었다. 푸른 눈으로 조용히 민하를 올려다본다.

민하도 그의 눈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주변은 온통 밝고 어두웠으며 파도치는 소리만이 간간이 들려오고 있었다.

그렇게 아주 잘 들리는 목소리로 그가 말을 꺼냈다.

“저와 결혼해주시겠습니까?”

 

 

2. 작가 소개

 

남수아

 

커피 줄이기를 평생의 과업으로 삼고 하루하루 정진하고 있습니다.

 

블로그 blog.naver.com/storyholic

 

 

3.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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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7

 

 

4. 미리 보기

 

“레이디의 피를 소량 내주셨으면 합니다.”

“예?”

“비타와 다른 상위세계의 생명력을 연구할 귀중한 자료입니다. 이곳에 와서 많은 것을 누리고 계시니 그 정도는…….”

“끌어내.”

로일이 벽 근처에 선 기사에게 말했고, 복도에 있던 기사들까지 들어와 교수 일행을 둘러쌌다. 다른 일행은 잡히기 전에 순순히 나갔지만 교수는 붙들려서도 말을 멈추지 않았다.

“이게 뭐가 문제라고! 가져온 지식이 없으면 그 정도는 기여를 해야 하는 게 아닙니까! 왕족의 삶을 공짜로 누리려고!”

“잠깐만요. 멈춰봐요.”

민하가 말했고, 로일은 마뜩잖은 표정을 지었으나 기사들의 움직임을 멈춰주었다. 끌어내는 것을 멈췄을 뿐, 양팔을 붙든 손을 놓지는 않았다. 그 상태로 민하가 교수에게 물었다.

“내 피가 정말로 필요해요?”

“그 정도는 해주셔야 국민들에게도,”

“뭘 하든 안 하든 그건 내가 정해요.”

민하가 교수의 말을 딱 끊었다. 그를 바라보며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러니까 판단을 위한 사실을 말해달라고요. 강요하지 말고요.”

“필요합니다. 비타와 완전히 다른 생명력을 연구함으로써 오히려 비타의 본질을 알게 되는…….”

“좋아요.”

“민하 님,”

로일이 말하려는 것을 끊으며 민하가 말했다.

“그런 연구를 하는 데가 딱 저쪽 대학만 있는 건 아니죠?”

바로 뜻을 알아들었는지 로일이 묘한 웃음을 지었다. 교수를 쳐다보며 대답해주었다.

“물론 경력으로나 실력으로나 더 나은 곳도 있죠. 가장 권위 있는 곳은 왕립 병원 소속 연구실입니다.”

“그럼 그쪽에 줄래요. 다른 연구도, 가능한 한 참여하고 싶고.”

교수의 얼굴이 굳었다. 그렇게 빤히 바라보며 민하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맘에 들지 않는 곳엔 가지 않아요. 어디에 참여하고 어느 곳에 도움을 줄지는 다 내가 정할 거예요.”

“아양 떠는 놈들에게 힘을 실어주시겠다고요?”

교수가 분함을 억누르는 어투로 말했다. 붉어진 얼굴로 말을 붙였다.

“그 연구자답지도 않은 놈들에게……!”

“별로 절실하지 않아 보여서요.”

민하가 대답했다. 교수에게 시선을 둔 채 말을 이었다.

“바라는 게 있다면 정중하게 부탁해야죠. 죄책감을 자극해서 강요하듯 말 끌어내려고 하는 사람한텐 아무것도 주지 않을 거예요.”

교수는 마저 끌려나갔다. 그의 등에 대고 로일이 더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업적이나 능력으로 봐도 왕립 병원 쪽이 나은데요.”

자리가 정리된 후 민하는 진짜로 말해서 피를 뽑았다.

프란델의 치료사인 어셔에게 연구기관 같은 것도 다 믿을 수 있는 데로 추천해달라고 했다.

멋대로 떠들면서 이득을 얻어가려는 사람들에게 휘둘리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분명 민하는 이 세계에 와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적어도 도와줬던 사람들에게는 조금이라도 보답을 남기고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 ◆ ◇

 

“피를 뽑았다고? 그건 또 무슨 갑작스런 소리냐?”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프란델은 로일의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하는 로일의 말에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대꾸했다.

“그걸 왜 이제 얘기하지?”

- 민하 님이 그렇게 지시하셔서요.

이제는 슬슬 로일이 얄밉다는 생각까지 들기 시작했다. 로일의 말이 이어지고 있었다.

- 다 직접 지시하셨습니다. 맡길 기관과 연구 주제도 직접 고르시고, 프란델 님께 연락도 피 다 뽑고 나서 하라는 것까지. 시키시는 대로 따라야지 별수 있겠습니까?

“네가 명령을 한 치 안 틀리고 그대로 따르는 놈이라고?”

- 좀 감탄해서 말입니다.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대응을 보여주셨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제가 망치면 되겠습니까?

프란델은 침묵했다. 곰곰이 따져보면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와는 별개로 열이 받았다. 민하에게 계속 신경을 쓰고 있는데 자꾸만 제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그럴 때마다 민하는 생각 이상으로 잘 대응하는데, 그것 때문에 더 열이 받는 것은 참 희한한 경험이었다.

‘차라리 짜증내고 다 싫다고 투정을 부리라고.’

잘 대응한다는 것이 그만큼 본인을 소모하는 행동인 것 같아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게 정면으로 대응할 필요는 없었다. 부딪치지 말고 도망쳐서 편하게 있는 것도 나쁜 게 아니었다.

‘미치겠군.’

거기까지 생각한 프란델은 관자놀이를 눌렀다. 그러고 보니 민하에게 바라는 게 진짜 이상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다 싫다고 투정을 부리는 사람, 짜증내는 사람, 부딪치지 않고 도망쳐서 집 안에 조용히 있기를 바라는 사람, 반대로 공격적이 되어서 보이는 모두를 다 깔아뭉개는 사람까지 다 겪어본 그였다.

프란델의 위치는 지금이야 안정적이지만 전에는 훨씬 불안정했다. 권력의 중심에 있으면서 불안정한 위치는 그의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많은 피해를 끼쳤다. 그의 곁에 설 사람은 어지간히 단단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의외로 이상적이었다, 민하는.

그런데 그 이상적인 대응 앞에서 프란델은 그런 걸 원치 않는 자신을 발견했다.

지금까지 다른 이들에게 요구해왔고, 안 된다는 걸 느꼈던 태도였는데.

그 요구가 잔인했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닫는 기분이었다.

- 그런데, 프란델 님. 지금 어디 계십니까?

때맞춰 들려온 로일의 질문에 그는 멈칫했다.

- 진짜로 민하 님의 기분이 좋지 않게 돼서요. 가능하면 와서 차라도 한잔해주셨으면 좋겠는데요.

“기분이 좋지 않게 됐다고?”

그 애매한 표현을 그대로 곱씹었다. 로일이 말했다.

- 뭐, 별로 티를 내는 분은 아니지만요. 무례한 놈들을 만나고 나면 기분이 좋을 수는 없으니까요. 즐거운 일이 있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즐거운 일이라고?”

프란델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 말이야말로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이미 저택 뒤편 정원을 따라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나무로 뒤덮인 터널 같은 통로를 지나쳐 안으로 걸어가는데 문득 저 위의 발코니가 눈에 들어왔다.

발코니에 서서 민하가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헉.’

진짜 놀랐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나무 너머에 숨고서야 왜 숨었는지 생각했다.

전화로는 로일의 말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 어쨌거나 민하 님은 프란델 님을 나름 신뢰하게 되었으니까요. 연구에 참여하겠다고 하는 것도 사실 다 프란델 님을 위해서 그런 마음을 먹으신 게 아니겠습니까.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끊는다.”

프란델은 낮게 대꾸하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몸을 숨긴 나무에 그는 등을 기대고 있었다. 기댄 채로 고개를 조금 기울이자 저 위의 민하가 보였다.

기사의 사진을 보면서 생각했다.

쓸쓸해 보인다고.

지금 눈에 보이는 민하도 그때와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생각에 잠긴 듯, 그 생각이 마음을 흐려, 어쩌지도 못한 채 세상을 바라보는 그 얼굴로 민하가 저 위에 있었다.

누군가가 눈앞에 있을 때는 보이지 않는 표정이었다.

지금 들어가서 어떤 말을 건네도 진심은 들을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적인 민하의 대응을 볼 때마다 화가 나는 것은, 그녀가 사실은 단단하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신뢰라고.’

말 그대로 신뢰를 받게 된 건 맞는 것 같았다. 다가가서 말을 걸면 이제 민하는 웃게 됐다. 그러나 그럴수록 그 웃는 얼굴 너머의 쓸쓸한 표정을 볼 수 없다는 느낌이 확실해졌다.

그때 전화가 왔다. 기사인 유리였다.

그녀의 보고를 듣던 프란델은 성큼 발을 내디뎌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목표지점은 1층 바깥쪽의 복도였다.

 

“어? 어떻게 이렇게 빨리 오십니까?”

유리가 다가오는 프란델을 보고 놀란 얼굴로 물었다. 프란델은 대답하지 않은 채 옆을 보았다.

창가의 꽃병이 박살나 있었다. 주변의 가구와 장식도 틀어진 채 곳곳에 긁힌 자국이 남은 것은 명백한 싸움의 흔적이었다.

“갑자기 튀어나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번쩍 나타나서 휘리릭휘리릭하다가 번쩍 사라지더라니까요. 도저히 잡을 수 있는 상대가 아니던데요.”

주변을 둘러본 프란델은 싸움의 가장 큰 흔적이 유리에게 남아 있음을 깨달았다. 날카로운 선이 그녀의 팔과 가슴 윗부분에 새겨져 잘린 옷 주변이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깊이 벤 건 아니었지만 갑자기 집 안에 침입해 온 괴한은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따라오려는 유리를 치료사에게 보내고, 프란델은 감시카메라 영상을 살폈다. 통로라서 영상이 찍혀 있었다.

통로의 꽃병 위로 갑자기 튀어나와 기사들에게 물의 칼날을 휘두르는 괴한은, 확실한 페이란이었다.

“공사 도면을 손에 넣은 게 아닐까요? 내년쯤에 자료실을 증축하려고 의뢰해둔 설계도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 지점이 자료실이라고 착각한 거라면, 숨어들기 좋은 장소로 보였겠죠.”

“자료실, 창고, 사각이 될 만한 장소에 다 인원 배치해. 어떤 도면을 어떻게 얻었는지도 출처 확인하고.”

갑작스런 침입에 놀라긴 했지만, 기사들은 잘 대응했다. 페이란 능력의 특성상 잡기는 어려웠지만, 민하에겐 그 능력이 통하지 않으니 이 정도면 안전하다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눈살을 찌푸렸다.

점검을 마친 뒤 그는 일 때문에 돌아가야 했다.

나무가 얽혀 터널 같은 통로를 이룬 뒤쪽의 정원을 가로지르며 로일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즐거운 일인지는 모르겠다만, 민하에게 전할 말은 있다.”

 

◇ ◆ ◇

 

민하는 한참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렸다. 기분 상할 일이 있을 때 아무 일도 안 할 수 있는 게 특권이란 생각을 할 때도 있었지만 역시 가만히 있으면 생각은 나쁜 쪽으로 번지곤 했다.

‘검색이나 해볼까?’

태블릿을 꺼내 네트에 접속했다. 검색어에 ‘서민하’ 이름을 넣자 수많은 문서들이 좌르륵 떴다.

‘참, 이런 인생도 다 겪어보고.’

하나하나 넘겨보자 참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뒤지고 뒤지다 보니 웬 익명게시판까지 흘러들어가게 되었다.

게시판을 열자 역시 야한 소리가 많았다. 저열한 추측을 이야기로 만들어 낄낄거리는 사람들에게 딱히 큰 악의가 있는 건 아니었다.

‘뭐, 딱 예상대로네.’

게시물 중에는 민하의 사진을 찾는 내용도 있었다.

몇 시간 전에 잠깐 떴다 사라진 기사의 사진은 네트에서 크게 회자된 모양이었다. 뭔가 조치를 취해서 공유하면 처벌받게 만들어놨는지, 찾기 힘들다는 얘기로 아우성이었다. 그 와중에 자긴 이미 봤다고 자랑하는 사람들과 못 봤다고 슬퍼하는 사람들과 진짜 예뻤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민하는 뜻밖의 죄책감을 느꼈다.

‘미안. 그거 사기 사진이야…….’

몰래 찍힌 사진이 그렇게 잘 나와서 수많은 사람을 낚게 될 줄은 전혀 예상을 못 했다. 자기 이상형이라고 말하는 게시물에 ‘넌 속고 있는 거다.’라고 댓글을 달아주고는 게시판을 나왔다.

어쨌거나 딴 데 정신을 좀 팔았더니 멍해진 기분은 좀 나아졌다.

시계를 보니 세 시간이 지나 있었다.

역시나 프란델은 오지 않았다.

태블릿을 들고 안으로 들어가니 로일이 있었다. 민하는 그를 향해 자신만만하게 말을 걸었다.

“세 시간 지났어요, 로일! 내가 이겼죠?”

“아.”

왠지 로일은 당황한 듯 반응했다. 방금까지 통화를 했는지 그의 손에는 넷워커가 들려 있었다. 의아함을 느끼며 민하가 물었다.

“왜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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