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레지던트 1년차, 이연우.'오늘은 일주일에 단 한 번밖에 없는 귀중한 오프 날이었다. 그녀는 한참 꿀 같은 잠을 즐기고 있어야 할 그 귀중하고 귀중한 오프 날, 어느 고급스러운 호텔의 화장실에서 끙끙 소리를 내고 있었다. '바로 레지던트 1년차들이 한번쯤 거쳐야 하는 관문인 ‘변비’ 때문이었다. 잠자는 시간, 밥 먹는 시간, 게다가 화장실 가는 시간마저 불규칙한 레지던트들로서는 변비에 안 걸리면 오히려 이상한 일일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칸막이 화장실 안에서 용을 쓰고 있는데, 밖에서 문을 쾅쾅 두들겨댔다.'“이 선생! 아직도 멀었어?”'“아, 아직. 윽! 다시 들어가 버렸잖아!”'“……정말, 더러워서.”'밖에서 같은 동기인 서은정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벌써 30분 째야,’ 라는 말도 함께.'“서 선생! 지, 지금 몇 시야?”'“2시 되기 딱 2분 37초 전.”'“뭐어?”'콰르륵. 은정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변기 물 내려가는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발칵 열렸다. 그러자 가슴부근까지 기른 검은 생머리의 말갛고 예쁜 여자가 톡 튀어나왔다. 도저히 변비를 앓고 있는 여자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귀엽고 앙증맞은 여자였다.'그녀는 갑자기 비틀거리며 채 씻지도 않은 손으로 은정의 양 손을 꽉 잡았다. '“날 잡기 전에 손부터 씻어!”'“나, 나도 그러고 싶은데 하이힐이 너무!”'약간의 결벽증까지 가지고 있는 은정이 눈살을 찌푸리며 하이힐 위의 위태롭게 떨리는 연우의 가는 발목을 쳐다봤다.'“그러게 왜 어울리지도 않는 하이힐을 신고서는.”'“나도 싫지만 우리 집 여사님이 예쁘게 단장하지 않고 나가면 단단히 각오하라고 하시잖아. 알잖아, 강 여사님 성격.”'“그래서 이 달콤한 오프 날에 날 불러냈고 말이지.”'“에헷. 내가 화장엔 영 소질이 없잖아. 대신 내가 꼭 한 턱 쏠게.”'귀엽게 보조개를 쏙 집어넣으며 미소 짓는 연우를 한참 보던 은정이 검지로 손목시계를 톡톡 쳤다. 그리고 연우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식겁한 표정을 지었다.'“이제 23초 남았어.”'“꺄아악!”'그 말에 핸드백을 들고튀는 연우의 뒷모습을 보며 은정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비틀거리면서도 용케 넘어지지 않고 뛰는 모습이 꼭 곡예를 타는 펭귄 같았다. 원래 인간이 안 어울리는 짓을 하면 크게 일 한번 내는데.'“저러다가 호텔 로비 한가운데서 자빠지는 거 아닌지 몰라.”'연우에게 잡혔던 손목 부분을 싹싹 닦아내며 은정이 중얼거렸다.'그리고 말이 씨가 된다는 조상님의 지혜로운 깨달음을 무시한 대가는 연우 혼자 뒤집어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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