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는 새하얀 입김을 뿜어내며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차가운 기온이었음에도 입 안이 바짝 말라 찬 공기가 들어갈 때마다 마른기침이 나왔다. '더 이상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과거를 잊고 마음을 다지는 데는 겨울 산이 최고라고 말한 사람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 걸까. ‘안소영, 이 망할 것.’'산이라고는 한 번도 타본 적이 없는 그녀에게 등을 떠다밀다시피 한 것이 바로 회사 동료인 소영이었다. 그녀는 대중매체와 잡지 등을 통해 얻은 방대한 양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소위 ‘정보통’이었다. 한 가지 흠이 있다면 그녀가 가지고 있는 지식은 방대하지만 얕았다.'‘겨울 산을 가면 머릿속이 하얘진대. 넌 꼭 겨울 산에 가야 해. 이왕이면 겨울 경치가 특히 아름답다는 설악산을 권장하겠어.’ 사실 누굴 탓할 일은 아니었다. 겁도 없이 혼자 겨울 산행을 한 자신의 무모함 탓이다. 남들이 서둘러 하산하는 걸 보면서도 기어코 꼭대기를 보고야 말겠다는 고집이 문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