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에는 선뜻 손이 갈 만한 무엇이 없었다. 깻잎과 상추, 이름 모를 푸성귀가 몇 장씩 올려진 유리 쟁반, 더운 김에 찐 조기, 풋내 나는 열무김치와 마늘 조림까지 여덟 살 난 아이가 만만하게 먹을 반찬은 없었다. 아이가 누워 이리저리 뒹굴어도 떨어지지 않을 넓은 식탁 위는 아이의 존재를 철저히 무시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무덤 같은 저택의 분위기에 잔뜩 위축된 아이는 익숙하지 않은 젓가락을 손에 쥐기는 했지만 어디로 손을 뻗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눈물이 날 것 같은 아이는 엄마가 보고 싶었다. 새파란 아이섀도를 바르고 앉아 친절하게 김을 싸주던 엄마가 너무 보고 싶었다.'마음이 너무 간절하였나 보다. 어린 입술에서 저도 모르게 스며 나온 한숨에 박 회장이 발끈했다.'탕!'박 회장은 들고 있던 은수저를 소리 나게 내려놓으며 아이를 노려보았다.'“이놈, 밥상 앞에서 뭐 하는 게냐! 한숨이라니! 먹을 것 귀한 줄 모르는 놈은 밥 먹일 필요가 없네. 청주댁! 이놈 제 방으로 올려 보내소.”'“네? 네, 회장님.”'갑자기 이름이 불린 청주댁은 그저 어린 도련님이 불쌍해 눈치를 살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사장님과 사모님은 아이를 도와줄 마음이 없어 보였다. 그들은 고상하고 차가운 얼굴로 밥을 먹을 뿐이었다. 청주댁은 아이의 어깨를 살며시 잡았다.'“얼른 데려가지 않고 뭘 하는가!”'우악스럽게 아이를 잡아채 가지 않는 청주댁이 박 회장의 화증에 불을 붙였다.'“꼴도 보기 싫소. 얼른 저놈 데려가소.”'“네.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