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낑낑 앓는 소리 같았다.'그러나 아니었다. 깨어져나간 유리를 비닐로 겹겹이 막아 놓은 허술한 방문 틈에서 간헐적으로 새어 나오는 그 소리는 잔뜩 억눌린 여자의 숨소리였다.'설움에 짓눌린 그 숨소리 사이로 거칠게 터지는 또 하나의 숨소리가 누구의 것인지를 헤아리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좁은 마당에 서서, 방을 바라보며 지완은 어금니가 부서지도록 이를 꽉 악물었다.'2월 초라고는 해도 산동네를 휩쓰는 새벽바람은 아직 칼날이었다. 어스름한 어둠 가운데 꼼짝도 않은 채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 서 있으려니, 귀가 떨어져나갈 듯 얼얼했다.'차츰 방 안의 열기가 식어갔다. 마구 겹쳐지던 숨소리도 가라앉았다.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는 기척 뒤로 여자의 목소리가 지친 듯 나직하게 흘러나왔다.'“지완이 올 때가 되었으니, 어서 나가세요.”'여자가 누구인지 이미 짐작하고 있었으면서도 귀에 익은 그 음성이 지완의 가슴을 반으로 쪼갰다.'“아침 되려면 아직 한참 멀었는데 새침 떨기는.”'“아침 전에 온단 말이에요.”'“오면? 누가 겁나나? 그 녀석 고등학교 보내주는 게 누군데?”'“혹시라도 지완이 듣는 데서 그런 말씀은 하지 마세요.”'“쓸데없는 소린 그만 하고.”'주위가 너무도 고요해, 방 안에서 팔락팔락 돈을 세는 소리까지 환히 들렸다.'“지완이 교복 값, 이거면 되겠지?”'지완은 주먹을 부르쥐었다.'“왜, 모자라?”'“……체육복도 사야 한다는데.”'“체육복? 얼만데?”'“…….”'“그러고 입 다물고 앉아서 내 애를 태우는 것 좀 봐라. 알았다, 알았어. 줄게. 줄 테니까, 지완이 녀석 오기 전에 한 번만 더 하자.”'남자의 완력에 왈칵 떠밀리며 어머니의 실루엣이 뒤로 쓰러졌다.'“이러지 마세요.”'열일곱 지완의 귀에도 그건 철저한 저항의 소리로는 들리지 않았다. 오로지 돈 때문에 몸을 주는 것보다야 차라리 그 편이 낫겠지. 자조하면서도 참담한 심정은 어찌 할 수가 없었다.'당장 방문을 열고 뛰어 들어가 집 주인 남자의 목을 졸라버리고 싶은 마음과는 달리 지완의 몸은 얼음처럼 굳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