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단 하루, 일요일 오전은 초등학교 선생인 가영이 유일하게 쉴 수 있는 시간이다.'꺅꺅대며 힘이 넘쳐나는 아이들에게 들볶이며 이 날을 6일 내내 얼마나 기다리고 기다렸던가?'이렇게 나른하게 천정을 보며 멍하니 좌로 10번 우로 10번 구르면서 이불 속에서 멍하니 늦잠의 게으름을 즐기는 것이 직장인의 낙이 아니던가. '“가영아, 가영아? 좀 내려와 봐라!”'늘어지게 다시 잠이나 잘까 침대에 드러누워 있다가 아래층에 부르는 소리에 무거운 몸을 일으켜 내려 왔다.'헐렁한 추리닝에 티셔츠 차림으로 연신 하품을 하며 안방에 들어왔다.'“왜 불렀어?”'물어도 대답하는 사람이 없다. 보료에 마주 앉아 머리를 맞대고 쑥덕공론을 하고 있는 고부 사이를 흘끔거렸다. 무심한 그들 근처에 앉아 가영은 소외감에 방바닥만 긁었다.'‘뭐람. 불러놓고 무시하냐? 사람 기분 나쁘게 뭐하는 거래?’'보료에 앉은 고 여사의 옆에 찰싹 달라붙은 아현은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연신 웃음을 하하 호호 흘렸다.'“호호호 어머님도 참! 제가 뭘요.”'“아니다, 아가! 내가 저 곰 같은 딸보다 널 믿고 의지하는 것 알지?”'갑자기 불똥이 애먼 자신에게 튀자 가영은 기가 차 입이며 눈이 크게 벌어졌다.'세상에나……! 지금껏 내 예쁜 강아지 소리는 들었어도 하나밖에 없는 딸을 두고 곰이라는 폭언을 모친이 자신에게 붙일 줄은 가영은 꿈에도 생각도 못했다.'“곰……. 어디 비유할 데가 없어서 곰이야? 말이라도 섹시한 여우라던가, 그도 아니면 매력적인 여자를 상징하는 고양이 정도라면 무난하게 참아 넘길 수도 있지만 엄마. 이건 아니잖아? 나 엄마 하나밖에 없는 딸인데. 왜 남 앞에서 날 면박을 줘?”'“남이라니? 입 다물어 얘!”'“왜 그래 엄마……. 왜 쉬고 있는 사람 불러서 찬밥취급이야. 내가 뭘 잘못했는데?”'서럽다. 그 전까지만 해도 —꼴랑 6달 만에 벌어진 변화다. 엄마는 사랑이 변하니?— 나름 아름다운 나날이었다. '물론 1살 차이 나는 남동생이 기어들긴 했지만 그건 나름 적응이 되어 건너뛴다. '오빠한테 예쁨 받고 부모님께 귀여움 받고 오순도순 살갑게 지냈다. 거듭 강조하지만 그게 불과 6개월 전 일이다.'식구들이 돌변해 예쁨 받는 막내딸이자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인 가영을 이렇듯 개밥그릇 취급을 하기 시작한 것은 오빠의 결혼으로 올케인 아현이 이 집안에 굴러들어오고서부터다. '고 여사 옆에 달라붙어 새침한 얼굴을 하고 앉은 아현의 모습을 보자 부아가 치밀어 눈을 부라렸다. 하지만 곧 고 여사에게 들켜 단박에 고개를 바닥으로 처박아야 했다.'“뭘 눈을 치뜨니?! 에휴……. 저것도 얼른 시집보내서 사람 노릇을 시켜야 할 텐데.”'“걱정 마세요, 어머니. 짚신도 짝이 있다고 하잖아요. 호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