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돼, 안 돼, 안 돼!”'여자는 두 팔을 들고 안 된다며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르다가 잠에서 깨어났다. 여자의 온몸에는 식은땀이 배어 나와 입고 있던 옷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고 머리카락은 목 언저리에 축축하게 달라붙어 있었다.'“하, 하…….”'그녀는 숨이 차오르는지 가쁜 숨을 내쉬며 어두운 눈길로 자신의 옆자리를 바라봤다. 옆에 누워 있어야 할 남편은 그녀의 옆자리에 없었다. 한 달 전 그녀의 남편은 라세라 나이트클럽 살인사건에 휘말려 구속되었고 내일 최종 재판을 받는다고 했다.'그런 남편으로 인해 신경을 너무 썼던 것일까? 여자는 끔찍한 악몽에 시달렸고 그 악몽을 떨치기 위해 멍하니 앉아 있던 여자는 주방으로 가서 물을 마시기 위해 냉장고 문을 열었다.'“우욱…….”'여자가 냉장고 문을 열고 물을 꺼내려던 순간 갑자기 헛구역질이 터져 나왔다. 신경성인지 요즘 그녀는 먹는 것도 없는데 자꾸만 창자가 튀어나올 정도로 심한 헛구역질에 시달렸다. 결국 물먹는 일을 포기한 그녀는 창가 쪽으로 다가가 밖을 내다봤다. 어슴푸레한 새벽하늘에 금세 비라도 쏟아질 듯 잔뜩 찌푸려져 있었다.'“오늘은 병원에라도 가봐야겠군.”'여자는 혼자서 중얼거리며 다시 침실로 돌아가 몸을 뉘었다. 하지만 끔찍한 악몽으로 인해 이미 잠이 달아나 버린 여자는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아침 일찍 씻고 병원에 갈 준비를 했다. 그녀가 밖으로 나가자 대문 앞에 차가 주차되어 있었고 차 안에 있던 남자가 그녀를 위해 문을 열어 주었다.'“대학병원으로 좀 가줘.”'“네.”'그녀의 곁에 3년째 있는 남자였다. 하지만 남자는 그리 말이 많은 사내가 아니었다. 그녀의 남편이 그녀를 위해 붙여둔 사내의 이름은 정진태였다. 언제나 묵묵히 그녀가 필요로 하는 것들을 해결해 주는 남자였다. 여자는 남자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대학병원으로 향했고 병원 로비에서 진태가 그녀를 뒤따르려 했다.'“여기 있어, 혼자 들어갔다가 나올게.”'“하지만…….”'“괜찮아. 걱정 말고 기다려.”